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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백기봉 "공정한 재판 수행할 것"

反인도적 범죄 담당…치열한 선거전 끝에 한국인으로 3번째 당선 "검사·변호사 이력 다양성 측면에서 도움"…내년 3월부터 임기 9년

[인터뷰]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백기봉 "공정한 재판 수행할 것"
反인도적 범죄 담당…치열한 선거전 끝에 한국인으로 3번째 당선
"검사·변호사 이력 다양성 측면에서 도움"…내년 3월부터 임기 9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유엔 산하 상설전쟁범죄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재판관으로 선출된 백기봉(59)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규약 당사국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공정하고 독립된 재판을 수행하겠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는 집단학살, 전쟁범죄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설립된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다.
한국인이 ICC 재판관으로 선출된 것은 송상현 전 ICC 소장, 정창호 현 재판관에 이어 백 당선자가 세 번째다. 그는 내년 3월부터 임기 9년의 재판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백 변호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ICC 당사국총회에서 신임 재판관 6명 중 한 명으로 뽑힌 직후 주유엔대표부에서 기자와 만나 향후 포부와 활동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당선 소감과 향후 포부는.
▲ 국가를 대표해서 선거에 나가서 ICC 재판관으로 당선됐다는 게 제게는 아주 큰 책임감과 영광으로 다가온다. 개인적 능력도 인정받았다고 자부하고 싶지만, 나아가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한 것을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공감하고 신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 기대에 부응하고, 또 ICC가 추구하는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 지금보다 더 노력하고 연구하겠다. 또 공정하고 독립된 재판을 하기 위해서 잘 생각하고 업무를 수행하겠다.
--선거 운동은 어떻게 진행했나.
▲ 국내에서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이 된 지 1년이 좀 넘었다. 뉴욕이나 ICC가 있는 헤이그에 출장을 가서 당사국 관계자 만나 저에 대해 설명하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왔다. 당사국 수도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 선거 과정에 어떤 강점을 어필했나.
▲검사와 변호사로서, 사건을 보는 양쪽 측면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첫 번째로 강조했다. 제가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국제법으로 법학석사(LLM)를 취득하고, 서울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검사로서) 형사적인 사건을 다뤄온 경험 그리고 국제법 전공자로서의 전문성을 장점으로 설명했다. 또 유엔 국제기구에 파견 나가서 5년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ICC 재판관으로 충분한 업무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ICC 재판관은 미시적인 능력이나 자질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법조인으로 근무했고 국제기구에서 근무해서 사건을 보는 시야나 안목이 편협되지 않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그 수준에 부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ICC의 역할과 재판관의 임무에 관해 설명해달라.
▲ ICC는 집단살해죄, 인도주의에 반하는 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등 4가지의 아주 중요한 국제법 위반 범죄만 한정해서 그중에서 가장 그 죄책이 큰 사람에 집중해 일단 수사한다. 이름은 재판소지만 그 안에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구도 있다. 우리로 치면 검찰과 법원, 행정사무국 등 3개 기관이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다.
재판관의 역할은 한국의 판사 역할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국제형사법, 즉 국제법과 형사법이 교차하는 영역에서 법을 적용한다는 데 전문성과 특이성이 있다.
-- ICC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체포영장을 발부했는데. 관련 사건을 맡을 수도 있나.
▲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해당 사건은 현재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사건을 다루는) 전심 재판부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전심 재판에서 추가로 조치가 있을 수도 있고, 나아가서 항소심 재판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재판부에 배속되느냐에 따라 맡는 사건이 결정될 것이다.
--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등으로 전쟁 범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ICC 역할이 커질 것이라 보는데.
▲ 그렇다. 전쟁 중에 민간인을 납치하는 등 범죄나 민간인을 상대로 하는 공격 등은 처벌하고 금지하도록 국제법에 규정돼 있다. 그 법 적용을 ICC가 하는 것이다. 이제까진 그 적용이 많지 않았고, 그런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높은 지위에 있는 분들 생각에 굳어져 있을지 모르나, 이제는 그냥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국제형사법에 위반이 있으면 처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 예방 효과를 기도하는 것이 ICC(역할)의 의의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은 팔레스타인이 현재 ICC 당사국으로 돼 있(어 관할권이 있)다. 우크라이나도 관할권을 수락한 상태다. 아직 재판까지는 아니지만 ICC의 소추부에서 사건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 내지는 내사 등을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ICC의 역할은.
▲ 일단 북한은 ICC 규약 당사국이 아니다. 그래서 북한 내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해 ICC가 직접 관할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아주 예외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그 문제를 ICC에 회부하면 가능하지만, 아직은 기다려봐야 하겠다.
현재 이슈가 되는 북한 인권 문제가 ICC에 올라와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 다만, 언제든지 언제라도 그런 일은 생길 수 있다. 국제정치적인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보니 국내적으로는 증거자료 수집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들어서 안다. 다만 ICC에선 그렇게까지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검사 출신 법조인 중 한국 후보자로 내정된 것은 처음이었다. 변호사로 오래 활동한 이력도 있는데. 재판관 임무에 어떤 도움이 된다고 보나.
▲ 제가 만나본 다른 나라 외교관들도 많이 한 질문이다. 검사와 변호사를 하면서 양쪽을 다 봤기 때문에 피의자의 권리, 또 피해자의 아픔 등을 다 이해하는 데 좋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형사재판소는 18개국 재판관들이 모인 곳이고 다양성을 추구한다. 일방적인 생각이나 일방적인 가치관, 법률관에 따라 사건이 진행돼선 안 되며 모든 국제사회가 이해할 수 있는 결정과 판결이 나와야 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 제가 가진 다양성 측면이 도움이 될 것 같다. ICC 재판관 18명 중에 3분의 1 정도는 검찰 출신 또는 수사 경력이 있는 분들이 재판관으로 선출이 돼서 근무하신 것으로 안다.
--이번 선거 과정은 어땠나.
▲ 후보자 13명이 전부 경쟁하는 방식이다. 지역 간 경쟁의 성격도 있고 또 전체를 상대로 한 경쟁의 성격도 있다. ICC의 선거 규칙이 가장 복잡한 선거 규칙 중의 하나라고 정평이 나 있다. 모든 후보가 다 경쟁자라고 이해하면 된다. 한 표 한 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 과정에 국제법 위반 논란이 있다. 이와 관련한 의견은.
▲ 민간인을 타깃으로 하면 전쟁 범죄이다. 거기에 해당하는 것이 있느냐 없느냐는 팩트와 증거의 문제다. 또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방패로 삼았는지도 팩트와 증거의 문제다.
공격했는데 민간인이 우연히 있었다면 이때는 전쟁 범죄로 보지 않는다. 지금 보도되고 있는 내용으로는 단언하기는 어렵다. 증거의 문제이고 법률적인 판단의 문제이다. ICC 차원에서 재판까지는 아니지만 수사 부서에서 어떤 정보 수집은 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게 제 짐작이다.
-- 언제부터 국제법에 관심이 많았나.
▲ 미국 로스쿨 유학왔을 때, 그리고 나중에 국내서 박사학위 땄을 때도 국제법을 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살다 보면 자기가 끌리는 게 있고, 그런 것을 공부할 때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그렇게 개척해 나가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그게 제 경우 이 나이에 새로운 기회로 온 것 같다.
국제법은 일반법과 좀 다르고 국가 간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고, 성문화되지 않은 관습 국제법의 영역이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성격이 좀 다른 측면이 있다 보니까 관심을 가졌고, 더 깊이 공부하게 된 것 같다.
-- ICC 재판관으로서 포부는.
▲ 항상 재판 과정에서 공정성과 효율성이 많이 거론된다. ICC 역사 20년이 짧은 세월은 아니지만 2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소추부·재판부·사무국이 독립된 기구라서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기구다. 재판관으로서 독립성과 공정성, 재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지 그런 것들을 잘 해결해 나가는 게 실무적으로 당연히 필요하다.
또 ICC가 잘 되려면 당사국들의 신뢰를 얻는 게 필요하다. 소추부는 공정히 수사하고, 재판부는 공정하고 맞는 판단을 해야 당사국 협조와 지원을 받는다. 협조·지원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독립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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