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수출 역군' 한자리에…“이탈리아어 번역 문의 많아 눈코 뜰 새 없어”
“최근 이탈리아어로 출간되는 한국 문학 작품이 늘고 있는데 번역가가 부족합니다. 일감이 몰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대학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한 요베니티는 25년 전 처음 한국에 왔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을 거쳐 지금은 한국외국어대에 출강하며 한국 문학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한다. 김혜진 외에도 구병모·배명훈·윤고은·편혜영의 소설을 이탈리아에 소개했다. 지난달 프랑스 문학상인 메디치상을 받은 한강의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탈리아어로 옮긴 것도 그였다.
간담회에는 요베니티와 함께 대상을 받은 김혜경, 장클로드 드크레센조(이상 프랑스어), 오영아 번역가도 참석했다.
드크레센조는 “이승우의 소설에서 이야기는 하나의 배경일 뿐 작가가 진짜로 말하려고 하는 바는 상징을 꼼꼼히 분석해야 이해할 수 있다”며 “이승우는 읽기 어렵지만 위대한 작가다. 어떤 작품이든 늘 흥분된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프랑스에 한국 문학 전문 출판사를 설립하고 한국문학 웹진을 운영하며 한국 문학을 소개해왔다.
김혜경 번역가는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 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가르친다. "프랑스에서도 문학의 위상은 내려가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한국학을 가르치며 한국 문화와 역사뿐만 아니라 한국문학을 알리는 게 소망이었고 그 때문에 번역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재일 교포 3세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오영아 번역가는 해외 입양 문제를 다룬 조해진의 장편『단순한 진심』을 일본어로 옮겼다.
오영아 번역가는 "일본 친구들에게 한국의 은희경·김연수 같은 작가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번역을 시작했다고 했다. 부친의 권유로 한국에 건너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을 거치며 한국 문학의 매력에 눈을 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출판되는 한국 문학은 1년에 열 권 남짓이었습니다. 한강 작가가 부커상을 받은 2016년 이후 1년에 30권으로 늘더니 지금은 100권씩 나와요. 한국 문학을 일본에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씨는 “예전에는 한국의 분단이나 역사 문제 등을 다룬 무게감 있는 책이 (일본에서) 읽혔다면 요즘엔 퀴어·SF 등 장르문학이 인기 있다”고 했다. 조남주의『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 페미니즘 문학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하는 한국문학번역상은 번역 대상 4명 외에도 번역신인상 문학 부문 9명, 웹툰·영화 부문 각 5명, 공로상 2명 등 총 25명에게 상을 준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상장, 번역신인상과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만원이 각각 주어진다.
올해 번역대상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5개 언어권에서 출간된 총 130종의 번역서를 대상으로 두 차례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홍지유(hong.jiyu@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