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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보다 무서운 인건비…정육점·횟집도 무인매장 돌린다

4일 오후 11시 서울 중구의 한 무인문구점. 곳곳에 CC(폐쇄회로)TV와 함께 경고문이 붙어 있다. 정진호 기자

4일 오후 11시.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서울 중구의 한 문방구엔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이곳은 영업시간이 오전 1시까지로, 사실상 24시간 영업에 가깝다. 형형색색의 볼펜부터 공책과 장난감까지 학생들의 눈길을 끄는 상품이 비치돼 있는데 상주하는 직원은 없다. 매장 곳곳엔 “상품 부수고 그냥 가면 엄마가 포돌이(경찰) 전화를 받는다”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


무인상점 업종 다변화
5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 매장을 시작으로 무인판매점이 늘면서 업종도 점차 다변화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카페·세탁소는 시작에 불과했다. 문구점은 물론 정육점과 같은 신선식품 매장까지도 무인매장이 생겼다. 최근엔 회를 판매하는 무인횟집까지 늘어나는 추세다. 무인 형태의 도·소매점이 영역을 계속 넓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 화성에 있는 한 무인횟집에서 회를 계산한 뒤 아이스팩을 넣어 포장하고 있다. 유튜브 '입질의추억' 캡처

경기 화성에서 무인횟집을 운영하는 전병주(41)씨는 3세·1세 두 자녀의 양육을 맡고 있다. 광어·연어·전갱이·방어 등의 숙성회를 냉장 상태로 판매한다. 와사비·간장 등도 함께 판매하고 키오스크로 결제 뒤 아이스팩을 넣어 포장 가능하다. 전씨는 “아이들이 어려 육아에 손이 많이 가다 보니 회사를 그만두고 시간을 적게 투입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며 “사람 뽑아 쓰는 스트레스가 없고, 인건비도 안 들다 보니 앞으로도 무인 형태의 사업을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에 ‘나홀로 사장’ 증가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9년 8350원까지 급격히 올랐다. 내년부턴 시간당 9860원의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구인난까지 가속화하면서 소상공인들은 “사람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인건비로 인한 부담이 늘어난 데다 구인난까지 겹치다 보니 도난 위험이 있더라도 무인 영업을 선호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경진 기자

‘부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도 무인점포 증가세에 기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부업을 한 이른바 ‘N잡’ 근로자는 54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7.9%)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인 영업은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는 데다 최근엔 소비자도 비대면으로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무인판매점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매장을 지킬 필요가 없다 보니 기존 직업이 있는 사람이나 다른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뛰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이런 무인점포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분기 직원을 한명도 두지 않는 ‘나홀로 사장님’은 435만5000명에 달했다. 3분기 기준으로 2018년 403만1000명을 기록한 이후 나홀로 사장님은 5년 연속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65만6000명에서 141만1000명으로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무인판매점이 증가하는 등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영업 형태가 자리 잡으면서다.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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