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태원 "서든데스" 두달…'SK부회장 4인방' 모두 2선 퇴진
SK그룹을 10년 가까이 이끌어온 ‘부회장 4인방’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대표이사를 내려놓고 각 계열사의 고문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7일 예정된 내년 SK그룹 임원 인사에서 조대식(63) SK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의장, 장동현(60) SK㈜ 부회장, 김준(62)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60)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4명이 모두 퇴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중 일부는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각 계열사에서 고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부회장을 지낸 경영진을 예우하는 측면에서 통상 1년 상근, 2년 비상근으로 직을 유지하게 해왔다.
이번 인사에서 조대식 부회장은 지주사인 SK㈜로, 장동현 부회장은 SK에코플랜트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박정호 부회장의 경우 SK하이닉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지만 같은 회사에서 부회장직을 맡는다. 김준 부회장 역시 SK이노베이션에서 고문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부회장 4인이 맡고 있던 자리는 ‘새로운 얼굴’로 채워진다. 주력 계열사 수뇌부의 세대교체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응하고, 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수펙스 의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확정적이다. SK㈜ CEO에는 장용호(59) SK실트론 사장이, SK이노베이션 CEO에는 박상규(59) SK엔무브 사장이 각각 내정됐다. SK하이닉스는 곽노정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2차전지 기업인 SK온 CEO에는 이석희(58) 전 SK하이닉스 대표가 내정돼 2년 만에 SK로 컴백한다. 그는 SK온의 흑자 전환이라는 숙제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된 후 2021년 6880억원, 2022년 1조726억원 등 내리 적자를 냈다. 지동섭(60) 현 SK온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고 수펙스로 자리를 옮긴다.
SK 안팎에서는 이번 핵심 경영진 인사가 ‘안정 속 쇄신’을 유도하고, 투자 실패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SK는 이번 정기 인사와 함께 기존 조대식 의장이 총괄하던 수펙스 내 투자1·2팀을 SK㈜ 산하 4개 투자센터와 합쳐 SK㈜로 통폐합·축소한다. 그동안 계열사 간 중복 투자 등으로 투자 실적이 악화하고, 업황 악화로 자금난까지 심각해지자 ‘신중한 투자’로 경영 기조를 전환했다는 해석이다.
예컨대 SK하이닉스의 경우 이석희 전 대표 시절인 2021년 말 총 1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들여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현 솔리다임) 인수한 이후 지난해에만 3조원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박정호 부회장으로선 솔리다임 부실을 뒤늦게 떠안고, 반도체 불황 사이클과도 겹치면서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한 큰 부담을 지게 됐다.
최태원 SK그룹은 회장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돌연사)’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SK 고위 관계자는 “조 의장이 투자 전문지주사인 SK㈜로 옮기고, 박 부회장이 대표직은 물러나되 그대로 SK하이닉스에 머무는 것도 어떤 측면에서는 ‘투자 시스템을 정상화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아(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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