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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충 더딘 '과부하' 송전망…민간 참여 늘려 건설 기간 30% 줄인다

서울 선유도공원을 지나는 시민 뒤로 송전탑이 보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그간 속도가 더뎠던 '전력의 동맥' 송전망 확충에 빠르게 나서기로 했다. 민간 기업 참여, 주민 수용성 등을 늘려 건설 기간을 30% 줄이는 게 핵심이다. 우선 2026년까지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전력고속도로'를 깔고, 36년까지 서해안 해저 전력망도 건설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방문규 장관 주재로 제30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전력계통 혁신 대책 등을 내놨다. 갈수록 늘어나는 전력 수요, 원전·신재생 등 무탄소 전력 공급 확대에 과부하가 걸린 송전망을 확충하는 차원이다. 현재는 전력망 부족으로 동해안에 원전·화력발전소 등을 새로 지어도 송전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호남도 태양광 등 신재생 급증으로 과잉 발전 같은 문제점이 커지면서 봄·가을 출력제한이 현실화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전력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발전 시설이 몰린 동해안·호남 등을 연결해줄 송전망을 적기에 건설한다는 목표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가로축' 전력망인 동해안-수도권 HVDC(초고압직류송전)는 예정대로 2026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담팀을 가동하고 인허가 신속 협의 등도 진행하기로 했다.

남북을 잇는 '세로축'을 맡는 서해안 HVDC 건설도 36년 준공 목표로 본격 착수한다. 호남의 원전·신재생 발전력을 해저를 통해 직접 수도권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육상 건설 시 예상되는 주민 반대 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총비용은 7조9000억원, 수송 능력은 8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30차 에너지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를 위해 정부는 송전선로 건설 기간(345kV 기준)을 평균 13년에서 9.3년으로 30% 단축하기로 했다. 그 연장선에서 전력망 건설을 3~4년 줄여줄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적극 추진한다. 법 제정 시엔 범정부 전력망위원회가 신설돼 입지 문제나 주민 갈등 등의 조정을 주도할 수 있다. 토지주에 대한 조기 합의 장려금, 보상선택제 같은 '맞춤형 보상제' 도입도 가능해진다. 방문규 장관은 "국가 핵심 전력망을 적기에 건설하기 위해 인허가·보상 등 특례를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전력이 맡은 송전 시장의 공공성을 감안해 '민간 미개방' 원칙을 지키되 기업 참여도를 보다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설계·시공에만 민간이 참여하지만, 향후 용지 확보와 인허가까지 포괄하는 '턴키' 계약을 도입하는 걸 검토한다. 기업이 필요한 전력망을 직접 건설한 뒤 한전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기부채납'도 고려하기로 했다. 그 밖엔 송변전 설비와 도로·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을 공동건설하는 방안의 제도화도 24년 하반기 목표로 추진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건설 노하우가 많고 주민 보상도 용이한 민간 기업이 특정 송전망 구간을 구축한 뒤 한전에 기부채납하고 사용료 할인 등을 받으면 건설 기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철도 선로 등을 지을 때 그 아래로 송전선로를 까는 것도 건설 비용이 줄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도 남아있다. 송전망 구축을 주도해야 할 한전은 천문학적 적자로 인해 대규모 재원 마련이 여전히 어렵다.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건설 기간 단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유승훈 교수는 "이번 대책이 지난해엔 나와야 했는데 늦게 마련된 감이 있다"면서 "여전히 한전의 송전망 투자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국회와 정부가 잘 합의해 건설비 일부를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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