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조어 모르면 꼰대"…옥스퍼드 사전 꼽은 올해의 단어
"나는 리즈(Rizz)가 있어 보이나요?" 요즘 미국에서 이 질문을 받고 어리둥절해한다면 '꼰대'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고 현지 언론은 전한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발간하는 옥스퍼드대출판부가 3일(현지시간) 2023년 올해의 단어로 '리즈(Rizz)'를 선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리즈'는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란 뜻으로 영미권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사이에서 널리 쓰이는 신조어다. 카리스마(charisma)의 중간 부분만 떼 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리즈는 외모에 대한 칭찬보다 숨겨진 매력이란 의미에 가깝다. '묘한 매력이 있다(have rizz)'거나 '이성을 유혹하다(rizz up)' 등과 같이 쓰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모와 교사들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NYT는 옥스퍼드 데이터를 인용해 '리즈'의 사용량이 온라인 등에서 전년보다 15배 증가했으며 각종 밈(온라인 유행 콘텐트)을 생산했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틱톡에서 '리즈' 해시태그가 붙은 관련 게시물들은 조회 수가 수십억 건에 이른다.
이 단어는 미국의 인기 인터넷 방송인 카이 세나트가 2021년 실시간 인터넷 방송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할리우드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톰 홀랜드(27)가 지난 6월 인터뷰에서 "난 리즈가 전혀 없다. 제한된 리즈만 있다"고 말하면서 더욱 확산했다고 NYT는 전했다. 한국에서 '전성기'를 의미하는 용어인 '리즈(Leeds)'와는 한글 표기는 같지만, 스펠링과 의미가 다르다.
옥스퍼드 사전 대표 캐스퍼 그래스홀은 이번 선정과 관련해 "인터넷 문화에서 파생된 단어와 문구가 점점 더 일상적인 언어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옥스퍼드대출판부 선정 2022년 올해의 단어는 '고블린 모드'(Goblin Mode·도깨비 모드)였다.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며 뻔뻔하고 제멋대로 구는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다. 그래스홀은 "'고블린 모드'와 정반대되는 의미인 '리즈'가 전면에 등장한 건 팬데믹으로 여러운 몇 년을 보낸 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열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신감을 찾는 2023년의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대출판부는 영어권 기사들에서 수집한 220억 개 이상 단어의 사용량에 근거해 올해의 단어를 선정했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덤을 뜻하는 '스위프티'(Swiftie), 특정 제품의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인 '디-인플루언싱'(de-influencing), 인공지능(AI)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작업 지시나 명령을 뜻하는 '프롬프트'(prompt) 등도 후보에 올랐었다.
임선영(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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