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처리 시한 넘긴 ‘657조’ 예산안…야당 몽니에 12월 통과 험난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은 656조9000억원 규모다. 역대 최대지만 지출 증가율은 올해 대비 2.8%에 그쳤다. 재정 통계를 정비한 2005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낮을 정도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쓸데없는 예산을 늘리지 않았는지, 꼭 필요한 예산을 줄이지 않았는지 ‘현미경 검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여야는 지난달 13~24일 예산안 조정 소위원회를 가동해 예산을 심사했다. 하지만 일부 감액 심사만 마쳤을 뿐 증액 심사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후 27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여야 간사로 이뤄진 이른바 ‘소(小)소위’에서 심사를 이어 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법무부·감사원 등 사정 기관의 특수활동비 규모를 놓고도 여야가 팽팽히 맞선다. 야당은 검찰 특활비(80억9000만원), 감사원 특활비(15억1900만원)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는 원자력 발전 관련 예산을 올해 대비 2400억원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예산을 6000억원 줄였다. 하지만 야당은 원전 예산을 1831억원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는 4501억원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정부가 전액 삭감한 예산과 관련 야당은 ▶새만금 신항 건설 2902억원, 새만금고속도로 1472억원 등 증액 ▶일명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 예산(7053억원) 복원, 청년 패스 예산(2923억원 등)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정부가 예산 증액을 거부할 경우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데도 야당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의미다.
김형준 배재대(정치학) 석좌교수는 “정부의 방만한 예산 편성을 견제하는 건 국회의 의무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 예산을 일방적으로 칼질하고, 이재명표 예산은 대폭 늘렸다”며 “정부 주요 정책과 관련한 예산을 최소한 협의도 없이 통째로 칼질하는 건 발목잡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늑장 예산 심사는 연례행사다. 여야는 상습 지각 처리 폐해를 개선하고자 2014년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어 예산안 자동 본회의 부의(附議)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법정 처리 기한을 지킨 건 2014년과 2020년 두 번뿐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국회 예결특위부터 상임위원회로 바꿔야 한다”며“상임위가 일상적으로 예산을 감시하고 전문성을 쌓도록 해 예산 심사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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