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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구의원선거] ① "친중 후보 일색에 무관심"…역대 가장 조용한 선거

홍콩 시민 3명, 인터뷰서 "투표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 체념 드러내 선거법 개정에 '친중 애국자'만 출마 자격…4년 전 71% 투표율, 올해는 20%대?

[홍콩 구의원선거] ① "친중 후보 일색에 무관심"…역대 가장 조용한 선거
홍콩 시민 3명, 인터뷰서 "투표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 체념 드러내
선거법 개정에 '친중 애국자'만 출마 자격…4년 전 71% 투표율, 올해는 20%대?

[※ 편집자 주 : 홍콩 구의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직전 홍콩 구의원 선거는 2019년 11월 거센 반정부 시위 물결 속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끓어오르면서 역대 가장 높은 71.2%의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정반대로 '역대 가장 조용한 선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선거법 개편으로 야권인 민주 진영의 출마가 봉쇄된 가운데 친중 진영 후보들만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일반 홍콩 시민들과 정치인·평론가의 생각을 전하는 기사를 두 꼭지로 송고합니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아무도 정치 얘기 안 해요."
무역업계 종사하는 30대 A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A씨는 "구의원 선거에 아무도 관심 없다. 중국이 정한 사람들만 출마했는데 누가 투표하러 가겠나"라며 "우리 부모님도 투표 안 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에는 우리가 투표하면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며 "투표해도 달라지는 게 없지 않나.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전에 엄마가 중국 선전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2019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 의견 충돌이 있었다"며 "나는 시위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시위에 나가는 것을 엄마가 싫어하셔서 몇 번 부딪힌 뒤부터는 집에서 부모님과 정치 얘기를 안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부모님이 친중도 아니다. 부모님도 나처럼 지난번 입법회(의회) 때도 투표를 안 했고 이번에도 안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도 국회의원 선거와 시의원·구의원 선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확연히 다르니 으레 홍콩도 그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전인 2019년 홍콩 구의원 선거 당시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아는 이들에게는 이번 구의원 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 홍콩의 분위기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 사이 무소불위의 국가보안법이 발효됐고, '애국자'에게만 출마 자격이 주어지면서 2021년 12월 입법회 선거에 이어 이번 구의회 선거에도 '친중'이라는 같은 색깔의 후보들만 출마할 수 있게 되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민주 진영 없이 홍콩 구의회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많은 홍콩인이 투표로 정치를,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상실해버린 것으로 보인다.

역시 30대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B씨는 "구의원 선거 전날 나는 부산에 놀러 간다"며 웃었다.
B씨는 "구의원 선거 얘기는 아무도 안 한다"며 "나는 선거가 언제인지도 몰랐지만 부산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에 어차피 선거 날 홍콩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출마한 데다 이번에는 토론도 없고 캠페인도 거의 없다"며 "선거철이면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벌어지는 유세도 이번에는 못 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부모님은 나보다 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이번 구의원 선거에 대해 "캠페인도 반응도 조용하다"며 투표할 뜻이 없다는 시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해당 보도에서도 발언이 인용된 홍콩 시민들의 이름은 가명 처리됐다. 이제 정치 이슈에서 실명을 밝히는 홍콩인은 거의 찾을 수 없게 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애국자만 출마하도록 바뀐 후 처음 치러지는 구의원 선거에 대한 주민의 무관심 속 출마자 약 5명 중 3명꼴로 지역구를 위한 특별한 공약 없이 모호하고 일반적인 슬로건만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측통들과 일부 정치인들은 이번 구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20% 정도로 낮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고 전했다.

교사로 일하다 퇴직한 50대 C씨는 "내가 중국과 가까운 신계 지역에 사는데 이번에 구의원 선거구를 통합하면서 선거구가 아주 커졌다"며 "그런데 투표소가 우리 집에서 도보로 2시간 거리에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C씨는 "행정장관과 관리들이 투표하라고 독려하던데 투표소는 정작 예전보다 줄었고 집에서 멀어졌다"며 "투표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멀리 떨어진 투표소를 찾아 투표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며 "홍콩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말로는 투표하라고 하면서 사실은 투표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2019년 구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등 범민주 진영이 71.2%의 투표율 속 전체 선출직 452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제 홍콩 구의회는 선거도 하기 전에 자동으로 친중 진영으로 채워지게 됐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국가보안법 이후 '침묵' 모드가 된 홍콩인들은 그렇다면 요즘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A씨는 "요즘은 어디로 여행 가면 좋을까, 월급은 오를까 같은 얘기만 한다"며 "중국은 싫지만 그냥 받아들이는 거다.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내 주변에도 소셜미디어에 비판적 글을 올리는 친구들이 있지만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홍콩은 그냥 중국의 하나의 도시로 변할 것이다. 어쩌겠나"라고 덧붙였다.
B씨도 "이제는 여행과 경제 얘기 뿐"이라면서 "코로나19가 지나고 나면 경제가 좋아질 줄 알았는데 안 좋으니 언제까지 이럴까 다들 걱정한다"고 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윤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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