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충격의 '셰프 실종' 사태…'미식 강국'이 어쩌다가 [세계 한잔]
그러던 중에 동료 셰프의 소개로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이탈리안 식당 '피콜라 쿠치나'에 자리가 생겨 고국을 떠났다. 지난 1년간 산나는 뉴욕에서 주 50시간 일하며 월 7000달러(약 905만원)를 받았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여기서는 1분이라도 더 일하면, 그만큼 임금이 지급된다"면서 "모국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나폴리의 피자, 북부 에밀리아 지역에서 즐겨 먹는 만둣국 토르텔리니 등 다채로운 지역별 음식문화를 자랑한다. 프란체스코 마쩨이(50) 셰프는 통신에 "우리 이탈리아인의 핏속에는 요리가 흐른다"면서 "점심 먹으며 '오늘 저녁 뭘 먹지?'라고 묻는 민족"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취임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음식에 대한 국가적 자부심을 높인다며 올해 초 식량 주권부처를 신설했다.
하지만 풍부한 요리 전통과 먹거리에 대한 열정에 비해 세계 정상급 레스토랑 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예컨대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하는 3스타 식당이 13곳에 불과하다. 프랑스 29곳, 일본 21곳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요즘 이탈리아 식당들은 저임금을 감수하는 이민노동자에 기대고 있는 처지다. 노동허가증을 받지 않은 페루 국적의 프리오(31)는 로마의 한 식당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만든다. 격무에 시달리는 그는 월 1400~1600유로(약 226만원)를 받으며 버티고 있다.
영국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탈리아 국적의 마쩨이 셰프는 통신에 "이탈리아에서 일하는 셰프들은 영국 셰프에 비해 장시간 일하면서도 높은 세금 때문에 급여의 절반만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탈리아는 지난 30년간 유럽 국가 가운데 실질임금이 줄어든 유일한 나라라고 통신은 전했다.
암울한 경제 상황도 셰프들의 귀국을 망설이게 한다. 25년 전 유럽에서 단일 통화로 유로화를 사용한 이래,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경제 성장이 가장 부진한 국가 중 하나다.
시칠리아 출신의 셰프 로베르토 젠틸레(25)는 영국과 스페인에서 일한 뒤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미슐랭 2스타 식당인 르 쉬케에서 지난 2년간 프랑스 요리를 만들었다. 젠틸레는 "이탈리아인들은 모국을 '아름다운 나라'라고 부른다"면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경제 요인이 너무 커서 도저히 돌아갈 수 없다"고 한탄했다.
서유진(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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