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간 20번만 찾아 왔다…코스피 비껴간 산타 랠리 올해는?
크리스마스 전후 증시가 오르는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 증시의 온도 차는 클 전망이다. 미국은 기술 주도주인 ‘M7(Magnificent 7)’이 이끄는 랠리가 예상되지만, 한국의 연말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도 한국 증시의 연말 상승세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美 증시, 11월 중순까지 5% 이상 오를 때 4번 빼고 상승”
산타 랠리는 기관 투자자가 연말 휴가를 떠나면서 공매도가 줄고, 연말 보너스를 받은 이들이 대거 투자에 나선다는 점 등이 지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있지만, 명확한 원인은 밝혀진 게 없다.
그렇다면 실제 산타 랠리 효과는 있을까. 하이투자증권이 지난 50년간 S&P500 지수를 분석한 결과 연초 이후 11월 15일까지 5% 이상 상승한 30번의 사례 중 단 4번을 빼고 11월 15일 이후부터 연말까지 지수가 상승했다. 미국에선 산타 랠리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과거 추세가 이어진다면 미국 증시에는 올해에도 산타가 찾아올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S&P500 지수는 연초부터 11월 중순까지 17.3% 상승했다”며 “이전 사례가 맞는다면 연말까지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M7’이 산타 랠리를 주도할 전망이다. 서부 영화 ‘황야의 7인’에 나오는 7명의 총잡이에 빗댄 ‘M7’은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7개 기술주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메타를 가리킨다. 박 위원은 “올해 고금리 상황 속에서도 M7의 랠리가 이어져 온 만큼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에 따른 추가 랠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달 들어 미국 증시가 급반등한 점이 산타 랠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분기 실적 호조와 인플레이션 둔화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만큼 올해 산타 랠리의 가능성을 작게 평가했다.
코스피 12월 상승 확률 56%…“배당락 등 변수 더 고려해야”
코스닥은 1996년부터 2022년까지 27년간 12월에 오른 해는 13번(48.1%), 하락한 해는 14번(51.9%)으로 오히려 하락한 해가 더 많았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S&P500지수 종목 중 80% 기업이 분기 배당을 택했지만, 한국 기업은 대부분 12월 결산 배당을 하고 있다”며 “12월 배당락 전후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부터 기업이 배당을 결정하면 투자자가 이를 확인한 뒤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된 만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미국과 달리 뚜렷한 연말 연초 현상이 확인되지 않는다”면서도 “올해 제도 변경으로 코스피200 기업 중 49개 기업이 배당 기준일을 연말이 아닌 내년 초로 미룰 수 있어 연말 증시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양도소득세 회피를 위한 개인 대주주 물량이 12월 주가 상승을 제한하기도 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은 대주주들이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대거 매도에 나서는 만큼 12월에 하락했던 경험이 많다”고 분석했다.
배당락과 양도세 회피 물량 외에도 지난달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떨어지는 것도 산타 랠리 전망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도 지난 1일 2505.01로 마감한 코스피의 이번 달 예상 등락 범위를 2400~2600 정도로 제시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연착륙하면 기대만큼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코스피가 11월 김칫국을 너무도 빨리, 그리고 많이 마신 만큼 12월 산타 랠리 현실화 가능성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광우(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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