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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에 허찔린 野 "8일엔 쌍특검법 처리"…예산안은 또 뒷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국회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스스로 물러나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거야(巨野)의 탄핵소추안 강행 처리 시도가 무산됐다.

1일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이 대통령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 예정이던 이 위원장 탄핵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 위원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3시 본회의 개의 직후 “정부로부터 방통위원장이 면직됐다는 공문이 제출돼 방통위원장 이동관 탄핵소추안은 의사일정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본회의에 보고된 이 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그러나 탄핵 소추 대상자가 자진해서 사퇴하면서 탄핵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탄핵으로 인한 방통위 기능 정지 사태를 막기 위해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위원장을 임명 3개월 만에 면직했다. 뉴스1

본회의 표결을 6시간 앞두고 이날 오전 9시쯤 전해진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 소식에 민주당은 허를 찔린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꼼수’‘먹튀’‘뺑소니’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윤 대통령에게 사표 반려를 촉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을 회피하기 위해서 꼼수를 썼다”고 했고, 고민정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재가한다면 이동관 위원장의 먹튀 행위에 가담한 공범자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온갖 불법을 저질러놓고 탄핵안이 발의되자 이제 와 뺑소니를 치겠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일각에선 지난달 9일 여당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전격 철회에 따른 탄핵안 처리 불발 사태에 이어 또다시 기습을 당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날 탄핵안이 통과되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최장 180일간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는 만큼 총선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방통위를 무력화하겠다는 게 원래 민주당의 계산이었다. 민주당 한 과방위원은 “최대 6개월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는데 새로운 후보자가 지명되면 청문회까지 포함해도 공백이 한두달 정도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 ‘이동관 아바타’를 내세워서 끝내 방송장악을 하겠다는 의도인 것 같은 데 이해하기 조금 어렵다”며 “사실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좀 비정상적인 국정 수행 형태라서 예상 못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홍익표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이 대표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재해명했고,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이 대표의 취지는 ‘다 예측하고 있었지만 진짜 그렇게까지 하나. 너무하다’는 강조의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이 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본회의 직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열린 민주당의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대회’에선 발언 수위가 더욱 강경해졌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잘못된 공무원, 범죄 혐의가 있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사표 수리를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또다시 중대한 결정을 한다면 제2, 제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시키겠다”고 주장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손준성, 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의원들이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전날부터 이 위원장 탄핵에 반발하며 로텐더홀에서 철야농성을 이어온 국민의힘은 이날 이 위원장 사퇴에 대해 “나쁜 탄핵에 대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방통위를 무력화시키고자 한 민주당의 ‘나쁜 탄핵’으로부터 방통위를 지키고자 직을 던지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숫자를 앞세운 힘에 맞서 반드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정기국회 기한(12월 9일) 하루 전인 8일 열리는 본회의에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 처리를 밀어붙이며 대정부 공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여야간 정쟁이 거듭되면서 가장 시급한 과제인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예산안이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가 됐다.

여야가 탄핵안 문제로 정면 충돌하면서 본회의 전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처리해야할 민생법안 수백건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본회의에서 “타 상임위 법안이 무려 438건이나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여야 간 노력해 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본연의 임무에 소홀하면서 쟁쟁적인 이슈로 정치적 실익만 챙기려 한다”며 “국회가 해야할 우선순위에서 예산을 앞서는 순위가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의회 다수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면서 “의회 정치가 정략적 차원으로만 흘러가니 예산 심의조차 정쟁화되고, 상호존중이라는 민주적 규범도 파괴되면서 의회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문희(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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