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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에 구글 도배" 자랑해도…마약 판매글 수사는 소극적 왜

“마약의 경우엔 한달에 150만원이다. 검색 키워드만 알려주면 구글 검색창 상단에 뜨게 만들겠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지난 30일 텔레그램을 통해 접촉한 구글 게시글 도배 매크로 업자 A씨는 “구글 검색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마약 판매 홍보글로 도배할 수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마약 은어 OO을 키워드로 홍보할 게시글을 의뢰하면, OO의 구글 검색 결과 의뢰한 게시글로 가득 찬다는 것이다.
구글 게시판 도배 매크로 업자는 “마약의 경우엔 한달에 150만원이다. 검색 키워드만 알려주면 구글 검색창 상단에 뜨게 만들겠다”며 자신의 성과들을 소개했다. 텔레그램 캡처
A씨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국세청 등 공공기관과 디시인사이드 등 유명 커뮤니티에 게시된 마약 판매 홍보글 캡처본을 그동안의 성과라며 보여줬다. ‘지금은 게시글이 삭제된 상태’라고 묻자 A씨는 “사이트 관리자가 마약 판매 홍보글을 삭제하면,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복원시키거나 다른 곳에 게시해준다”고 말했다. 계약 기간인 1달 동안 검색어 상단 노출을 유지해주겠다는 게 A씨의 설명이었다. A씨는 “검색창 상단 노출은 되지 않지만 여러 사이트에 관련 글을 도배시키는 110만원짜리 상품도 있다”며 “다만 150만원 상품과 달리 게시글 삭제 시 애프터 서비스는 없다”고 말했다. 유튜브나 SNS 등 댓글 도배도 가능하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구글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로 검색을 하자, 화면 전체에 마약 판매 홍보 글이 가득찼다. 홍보글을 통해 들어가 본 마약 판매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1만5000여명이 참가하고 있었다.
마약을 뜻하는 은어로 구글에 검색하면, 검색 사이트엔 같은 내용의 마약 판매 홍보 글로 도배됐다. 이같은 방법으로 홍보된 마약 판매 텔레그램 대화방 참가자는 1만5000여명에 달했다. 구글 캡처
경찰은 이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글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중 관리되지 않은 자유게시판 등에 “대마초 구입방법(텔레그램:XXXXXX)” “케타민 가격 정품 판매 텔레그램 XXXXXX” 등 매크로를 통해 게시글을 올리고, 이곳에 텔레그램 주소를 남겨 구매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2017년 마약 관련 광고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마약류관리법이 개정됐지만, 경찰청에 따르면 인터넷 마약사범은 2018년 1516건에서 지난해 3092건까지 급증했다.



마약 판매글 매크로 업자들이 구글을 노리는 건 검색될 가능성이 커서다. 국내 포털인 네이버‧다음은 마약 은어를 유해 키워드로 설정해 마약 은어로 검색을 하더라도 마약 판매글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의 경우 이같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검색창 상단에 마약 판매글이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구글에서도 마약 은어에 대한 검색 제한 조치 취하고 있다”면서도 “구글 글로벌팀과 함께 마약 판매글이 상단에 노출되는 문제에 대해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다음 등은 마약 은어를 유해 키워드로 설정해 마약 은어로 검색하더라도 마약 판매글이 나타나지 않는다. 네이버 다음 캡처
구조적 요인도 있다. 우선 경찰이 수사에 소극적이다. 해외 IP를 통해 마약 판매 홍보글이 게시되는데다, 수일 내로 게시글이 삭제되다 보니 추적이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마약 수사관은 “마약 수사는 마약 유통 총책을 검거해 마약 유통의 뿌리를 뽑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마약 판매 홍보글 차단도 중요하지만, 현실적 여건상 마약 판매글 수사에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마약 판매글이 게시된 인터넷 사이트의 관리자들도 게시글 차단에 적극적이지 않다. 회사 홈페이지에 마약 판매글이 게시된 한 중소기업의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직원이 없다 보니 마약 판매글이 게시된 지 몰랐다”고 말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인터넷 마약 판매글 차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규(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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