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약 90만 배럴, ‘자발적’ 감산 OPEC+…효과 물음표에 유가는 하락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가 우여곡절 끝에 내년 하루 약 90만 배럴의 추가 감산에 합의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감산량이 적은 데다 자발적 감산으로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내년 1~3월, 하루 220만 배럴 감산”
이번에 발표한 감산안에는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100만 배럴)와 러시아(30만 배럴)의 기존 감산 계획 연장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추가 감산량은 하루 약 90만 배럴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하루 감산량 기준 이라크(22만3000배럴)·UAE(16만3000배럴)·쿠웨이트(13만5000배럴)·카자흐스탄(8만2000배럴)·알제리(5만1000배럴)·오만(4만2000배럴) 순으로 많은 감산량에 합의했다. 러시아는 기존 하루 30만 배럴의 원유 수출 감축을 연장하고, 여기에 하루 20만 배럴의 석유제품 수출을 추가로 더 줄이기로 했다.
OPEC 사무국은 “자발적 감산은 내년 1월부터 3월 말까지이며, 이후 이러한 자발적 감산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점진적으로 반환될 예정”이라고 했다.
“자발적 감산, 지켜지지 않을 수도”
감산 방식도 OPEC+가 공식적으로 정하지 않고, 개별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감산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만큼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UBS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감산은 OPEC+ 합의 중 하나가 아닌 ‘자발적’ 감산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우려되는 점은 그 중 상당 부분이 서류상 서약에 불과할 수 있고, 시장에서 실제 감산 되는 양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산 실제 효과도 의문”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이라크는 현재 지역 분쟁으로 이미 생산량이 하루 30만 배럴 이상 감소했고, 러시아가 약속한 하루 20만 배럴 감산은 생산량이 아닌 수출량 감축이며 이마저도 원유가 아닌 석유 제품이다”라며 “UAE는 내년부터 약속받은 하루 20만 배럴 생산 목표 상향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는 ‘감산’이 아니다”고 했다. 다른 나라들도 이미 실제 생산량이 목표치보다 줄어 있어, 이번 감산 계획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제유가, 감산 발표에도 하락
OPEC+가 감산을 놓고 일부 균열을 노출한 만큼 향후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오히려 내년 원유 수요 감소가 현실화 하면 국제유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이번 산유국들의 합의가 제대로 지켜진다면, 원유 공급 상황이 충분히 긴축적일 수 있다며, 감산안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보고 있다. 라드 알카디리 유라시아 그룹 에너지·기후·자원부문 상무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자발적’이라고 주장하는 삭감은 시장에 대한 심리적 영향을 다소 약화시키지만, 전체 삭감이 실현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외신 등에 따르면 남미의 대표적 산유국인 브라질이 OPEC+ 추가 가입을 요청받고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브라질이 실제 가입한다고 해도 이번 감산 합의에는 당장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