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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세금/회계] 세법의 ‘분리이론’ 사례

한국에서는 17억원(시세 기준) 넘는 집만, 미국에서는 모든 집이 월세 수입 신고 대상

첫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 그것은 첫사랑만큼 흥분된다. 그러나 내 첫 월급은 그러지 못했다. 퇴근하면서 바꾼 빳빳한 신권. 양복 안 주머니에 넣고, 가슴을 툭툭 쳐본다. 제법 두툼하다.
 부모님 내복을 한 벌씩 산다. 동생들과 나눠 먹을 케이크도 큰 것으로 준비한다. 버스에서 제일 먼저 뛰어내려서, 모처럼 집에 일찍 도착. 아뿔싸, 있어야 할 돈이 거기에 없다. 봉투째 소매치기를 당한 것. 첫사랑처럼, 첫 월급도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부모님 내복은 한동안 친구 집의 신발장 밑에 숨어 지내야 했다.
 
 여기서 질문. 나중에 내 세금신고를 할 때, 그 써보지도 못한 첫 월급도 내 수입으로 잡아야 할까? 아니면, 그것은 결국 ‘쓰리꾼’의 수입이니까, 내 세금신고에 포함하지 않아도 될까? 답은 다들 알 것이다. 세법에서는 이것을 ‘분리이론’이라고 부른다. 돈이 들어온 것 따로, 돈이 나간 것 따로. 들어온 것을 나간 것과 분리해서, 그 자체로 세금신고에 전부 포함하라는 뜻이다. 
 내친김에, 다른 사례를 하나 더 찾아보자. 한국 어머니가 내게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주셨다. 거기서 매달 렌트가 나온다. 그 월세로 한국 어머니의 생활비와 용돈을 드린다. 두 번째 질문. 어머니께 드려서 남는 돈이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미국에 임대소득(rent income) 세금신고를 해야 하나? 답은 다들 알 것이다. 월세 받은 것과 그 돈이 쓰인 것은 분리해서 따져야 한다. 월세 수입은 그것이 얼마가 되었든, 반드시 미국 세금신고에 포함되어야 한다. 전부 소매치기당했던, 부모님께 드렸던, 그래서 빈털터리가 되었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월세 신고를 어떻게 할까? 미국과 달리, 내가 몇 개의 집을 갖고 있는가, 그 집이 얼마짜리인가에 따라서 다르다. 예를 들어서, 내 소유의 집이 그 월세 주고 있는 것 1개밖에 없다면, 기준시가(공시가격) 기준으로 12억원이 넘는 것만 임대소득 과세대상이다. 국세청도 바쁘니까, 시세 기준으로 대충 17억원이 넘어야(현실화율 70% 가정)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정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내가 사는 집을 포함해서 내 명의의 집이 2채 이상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집의 가격에 상관없이, 모든 월세가 과세대상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는 3채 이상이 되면, 전세보증금(security deposit)에 대해서도 임대소득을 계산해야 한다(이것을 간주임대료라고 부른다). 물론 과세대상이라고 해서, 실제로 세금을 낸다는 뜻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생활비와 용돈의 증여세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자. 돈을 받는 사람(수증자), 이 경우에는 내 어머니가, 필요하다면 증여세를 신고 납부해야 한다. 기본공제는 10년 합산 5000만원. 따라서 한 달에 40만원까지는 이론적으로 괜찮다. 문제는 그 이상의 돈을 드렸을 때, 그리고 어머니가 그 돈을 아껴서, 가령 적금을 부었을 때 생긴다. 한국 세법에서는 그것을 ‘사회 통념상 초과분’으로 볼 수 있다. 자식이 준 돈을 아껴서 모았더니, 결국에는 세금 내게 하는 불효자가 되지는 말아야겠다. 가족 간의 부양의무까지 간섭하는 세법은 나쁜 세법이다. 
 
문주한
한국 공인 회계사 / 미국 공인 회계사, 세무사  
www.cpam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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