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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바쿠스’ 된 베토벤

진회숙 음악평론가
베토벤은 모두 아홉 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그중에서 교향곡 제7번은 다른 교향곡과 성격이 좀 다르다. 너무 자유분방하고 무질서하다. 마치 베토벤이 넥타이를 풀어놓고 쓴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인류애와 평화라는 숭고한 메시지를 담은 ‘합창교향곡’의 탄생을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였을까. ‘합창교향곡’과 같은 걸작의 작곡에 돌입하기 전에 그렇게 엄청나게 낭비적이고 소모적인 감정의 방출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독일에서 이 곡이 연주되었을 때, 청중들은 베토벤이 술에 취해서 이 곡을 작곡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특히 이 곡의 4악장을 들어보면 이런 반응이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악장은 첫 소절부터 너무나 산만하게 비틀거린다. 교향곡이라기보다 악기들이 제멋대로 연주하는 난장판과 같은 인상이 강하다.

음악으로 읽는 세상
사람들은 이 곡을 가리켜 베토벤의 디오니소스적인 측면이 유감없이 발휘된 곡이라고 한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베토벤이 자기는 인류를 위해 향기로운 술을 빚는 바쿠스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교향곡은 취기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교향곡은 베토벤의 해방구가 아니었을까.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이런 식의 해방구는 있었다. 아무리 규율이 엄격한 사회에도 인간의 삶에 숨통을 트여주는 욕망분출의 창구는 늘 있었다. 멀리 그리스에서도 아폴로 신이 멀리 다른 나라를 시찰하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디오니소스 신을 불러다 한바탕 흐드러진 축제를 벌이곤 했다. 이 축제가 연극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감정을 마음껏 방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자유분방한 기질이 예술을 낳았고, 이 예술이 인류를 살맛 나게 만들었으니 자유니 욕망이니 향락이니 하는 것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만은 아니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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