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음악으로 읽는 세상] ‘바쿠스’ 된 베토벤

독일에서 이 곡이 연주되었을 때, 청중들은 베토벤이 술에 취해서 이 곡을 작곡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특히 이 곡의 4악장을 들어보면 이런 반응이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악장은 첫 소절부터 너무나 산만하게 비틀거린다. 교향곡이라기보다 악기들이 제멋대로 연주하는 난장판과 같은 인상이 강하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이런 식의 해방구는 있었다. 아무리 규율이 엄격한 사회에도 인간의 삶에 숨통을 트여주는 욕망분출의 창구는 늘 있었다. 멀리 그리스에서도 아폴로 신이 멀리 다른 나라를 시찰하려고 자리를 비운 사이 디오니소스 신을 불러다 한바탕 흐드러진 축제를 벌이곤 했다. 이 축제가 연극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감정을 마음껏 방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자유분방한 기질이 예술을 낳았고, 이 예술이 인류를 살맛 나게 만들었으니 자유니 욕망이니 향락이니 하는 것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만은 아니다.
진회숙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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