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마켓 나우] 자본시장의 명예를 위해서


최근 증시에서 인수업무를 담당한 기관들의 이름값을 묻는 사건이 터졌다. 지난 8월 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파두라는 반도체 팹리스 기업의 실적 발표가 논란을 일으켰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6월 30일에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업과 인수인 모두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파두사태를 통해 세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가 도입된 지 18년이 지났다. 상장할 때까지만 숫자를 부풀린 기업인지, IPO 자금을 통해 기술 혁신을 이루어낸 기업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둘째, 상장주선인의 기업실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기업실사는 발행기업의 가치평가와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이라는 측면에서 인수업무의 핵심이다. 셋째, 개인투자자 또한 기업과 상장주선인을 감시해야 한다. 내가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나온다고 모든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공동체의 모범이 되는 사람에게 명예가 주어지던 때가 있었다. 명예를 지키는 사회는 정직과 신의를 추앙하는 사회이며, 개인의 성공이 집단적 성취로 이어지는 사회다. 개인의 경제적 동기가 유일한 관심이며, 사회적 책임을 모두 외면한다면 만년 박스피를 벗어날 수 없다. 자본시장의 신의가 무너졌을 때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외부로 돌리게 되며, 공매도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잘못된 내러티브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파두사태를 보며 우리 자본시장에 지켜야 할 명예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생각해본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