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역치를 낮춰라
다음은 마약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신이 마약을 복용하기 전, 평소에 경험해보던 흥분의 최대치가 숫자로 10이였다고 하자. 이 사람은 평소에 7이나 8정도의 기쁨이나 흥분에도 쉽게 반응하고 기뻐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인생에서 첫번째 마약의 경험은 그 사람의 흥분 정도를 1,000까지 끌어올려버렸단다. 1,000을 한번 경험한 사람에게는 7이나 8따위의 일반적인 기쁨이나 자극은 이제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된다.
이런 사람에게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더 이상 자극을 주지 못한다. 생물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역치’라는 말로 설명한다. ‘역치’란 세포에 자극이 작용해서 흥분이 유발되는 경우, 이러한 흥분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말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는 ‘최소자극’이라고도 한다.
세포에 최소자극보다 낮은 자극을 주면,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점점 자극의 세기를 늘리면 어느 단계에 가서 반응을 시작하는데, 반응이 일어나는 자극을 ‘최소자극’ 또는 ‘역치’라고 부른다. 역치보다 자극을 더 늘리게 되면 이에 따라 흥분이 점점 증가하다가 일정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반응이 최대가 되는데, 이 때의 자극을 최대자극이라고 한다. 세포는 일단 최대자극을 느낀 이후에는 더 큰 자극을 주어봤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런 세포나 생명체에 자극이 반복되면, 내성이 생긴다. 웬만한 자극에는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역치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작은 자극에도 반응을 보이던 생명체가 자극이 반복됨에 따라 점점 더 큰 자극을 가해야만 반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과 유투브, 그리고 각종 자극적인 영화와 게임이 만연한 세상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의 도파민 중독을 우려한다. 애나 렘키(Anna Lembke)라는 스탠포드 대학의 중독의료전문가가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을 발표했다.
그녀는 ‘쾌락은 늘 고통을 동반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뇌는 쾌락과 고통이라는 두개의 추를 저울의 양쪽에 놓는단다. 그리고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무거워지면 반드시 다시 균형을 맞추려고 한단다. 과잉의 쾌락을 경험했다면, 그만큼의 고통을 느껴서 저울이 평형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평형저울은 마약으로 최대의 쾌락을 경험한 사람들이 마약을 경험한 후에 극도의 고통을 느끼는 것을 잘 설명한다. 다양한 자극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도파민에 중독되고 있다. 그리고 도파민에 내성이 생긴다. 웬만해서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울이 평형을 찾으려고 할 때 혼자서 고통을 느낀다.
도파민 과잉시대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저자는 먼저 우리가 무엇에 의존하는지를 찾으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구체적인 기간을 정하고 그 동안 ’절제’하라고 한다. 자극에 노출되는 시간과 빈도를 줄이던지 멈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고통스럽고 힘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울은 다시 평형을 찾고 우리 몸은 다시 항상성을 찾게 된다는 주장이다. ‘절제’로 역치를 다시 줄이라는 말이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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