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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이런들 어떠하리

이리나 수필가

이리나 수필가

벌써 11월. 달력이 이제 두 장 남았다.  
 
딸이 떼어낸 시월 달력을 보면서 지난달에는 왜 이렇게 할리데이가 많았냐고 물었다. 달력에 쓰인 검은 숫자는 학교에 가는 날이요, 빨간 숫자는 공휴일을 의미하기 때문이리라. 딸이 맞다. 집에 있는 달력은 10월 3일 개천절과 10월 9일 한글날 10월 9일 Columbus Day (콜럼버스 데이)가  모두 공휴일로 표시되어 있다.
 
우린 이런 세상에서 산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의 명절도 지키려고 노력한다. 명절 때면 친절하게 한국에 어떤 물건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보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광고들이 등장한다.  
 
두 문화를 어우르면서 사는 우리. 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잘 해내고 있다. 이것은 평상시 쓰는 언어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에 살지만, 영어로 대화하기가 쉽지 않은 한인들의 대화 중에도 영어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살면서 계속 듣거나 사용하는 낱말은 한국말로 구태여 번역하여 말하기보다 편하게 영어를 인용한다. 듣는 사람에게도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쓰는 영어를 써야 뜻이 통하기 때문이리라. 또한 스페니시도 자주 들린다.
 


한번은 딸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집 근처에서 집이 무슨 색깔이냐고 물었더니, 대뜸 “똥집 옆이에요”라고 했다. 똥집? 닭똥집도 아니고 똥집은 처음 듣는 말이라서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손질하지 않은 집이라 대답했다. 허물어져 가는 집이 왜 ‘똥집’이냐고 재차 물었더니, 해석이 기발했다.
 
폐차 일보 직전의 차는 똥차, 안 예쁜 강아지는 똥강아지 아니면 똥개, 화난 엄마가 날 부를 때 쓰는 말 똥고집, 그래서 허물어진 집은 똥집.
 
뭐, 나름대로 논리가 정연해서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래도 ‘똥집’이란 표현은 쓰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어 교육이라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한국어 학교가 전부인 아이들. 그 짧은 한국어 실력으로 특유의 논리를 전개해 가며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소통하는 것을 들으니, 한편으론 기특했다.  
 
교회의 한 다락방 이름은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영어가 제2의 언어)이 아닌 KSL(Korean as a Second Language, 한국어가 제2의 언어)이다. 전형적인 2세들이 모이는 그룹이다. 이름에서부터 위트가 있다.
 
우리의 2세와 3세, 4세들에게 한국어가 이런 방식으로라도 전파되니 기쁜 일이다. 동전을 돈전이라고 발음하고 돈이니까 돈전이 맞는다고 우기는 아이들도 있기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 년까지 누리리. 이방원이 말 한번 잘했다.

이리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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