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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애일지성(愛日之誠)

창문을 통해 펼쳐지는 단풍이 참으로 아름답고 호사스럽다. 하루가 지루할 틈도 없이 어쩌면 이리도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자신들을 드러내고 있을까…. 요사이 코로나 증세도 많이 완화돼 사람들은 전처럼 활기를 띠고 여행이다 뭐다 법석을 떨지만 그래도 아직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 청명한 날씨를 벗 삼아 매년 찾는 베어 마운틴을 찾아 ‘Hessian Lake’를 거닐며 일 년 내내 쌓였던 회포를 풀었다. 베어 마운틴 정상에 오르니 속이 다 후련하고 지루했던 매일의 삶을 무한의 희망으로 선사하고 있다. 정상에 앉아 무심한 중에 숲과 강(Hudson)을 보노라니 며칠 전 읽은 김병기(전북대 명예교수·서예가) 선생의 ‘필향만리’에 나오는 애일지성(愛日之誠)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애일지성(부모님의 시간을 아껴드리는 정성), 이 문구는 부모님 살아생전 정성을 다해 효도하라는 데서 나오는 사자성어이지만 어찌 부모님뿐이겠는가! 세상만사 풀 한 포기에도 우리는 정성을 다해 그 한 존재를 사랑해야 함을 느낀다. 요즈음 가까이 지내던 많은 지인, 친구들이 휘날리는 낙엽처럼 서서히 자리를 감춘다.
 
생각하면 젊음을 과시하며 푸른 창공에 깃발은 날리던 그 시절보다 늙어서 만나 한 20여년 같이 지내던 FL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난다. 그때만 해도 2000년대 초였으니 그 당시 우리는 많아야 60~70대 장년으로 모두 자기들이 일생동안 하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신념으로 남은 일생을 즐기자 해서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 이른바 골프 천국 ‘Citrus Hills’였다. 이 골프 천국이 너무 좋아 우리는 무한대로 흰 골프공을 날릴 것 같았던 그 시절…! 좀 더 서로를 아끼며 정성을 다해 유한(有限)한 생명인 서로를 사랑해야 했지 않았나 아쉬움이 있다.  
 
허나 삶은 또한 그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한가! 그 골프 천국은 계속 노년으로만 치달리는 나의 삶에 새로운 비전과 희망으로 나를 이끈다. 몸이 말을 안 들어 골프를 중단한 한 지인은 요사이 열심히 요리를 배운다. 배운다기보다 음식을 만드는데 취미를 가지니 마음이 즐겁다고 한다. 시간을 아끼고 정성을 들일 일은 대지의 나무들처럼 무한대로 줄지어 있다!
 


감사하게도 나는 높은 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매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하루의 활력과 기쁨을 준다. 그들의 모습은 활기차고 즐겁고 재잘거리고 웃고 오늘이 새롭다. 마치 나의 어린 시절처럼…!
 
베어 마운틴 정상에서 강과 숲을 바라보며 무심중에 있던 나는 서서히 7 lakes를 돌아보며 대인관계에서나 취미생활에서 애일지성의 마음으로 노년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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