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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한중관계의 온도

베이징 교민사회의 요즘 화젯거리 중 하나가 이번달 10~12일 열리는 K-FESTA(페스타) 문제다. 매년 이맘때 한국 중소기업들과 요식업체들이 베이징 한인타운인 왕징 시내에서 2~3일간 여는 행사인데 이번에 장소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왕징 한복판에 위치한 쇼핑타운 1층에 자리잡고 행사를 해왔다. 우리 제품을 알리고 한국 식품도 판매하는 연례 행사인데, 올해 당국이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행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결국 장소는 왕징을 벗어난 곳에 어렵게 잡았다고 한다.
 
작은 일 같지만 이런 일들이 중국에선 중요한 관심사다. 그도 그럴 것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일상적으로 처리되던 일을 갑자기 못하게 되는 경우가 중국에선 허다하다. 이번에도 행사장 불허에 교민들의 우려와 불만이 터져나왔다. 여러 경로로 확인해본 결과, 3월부터 베이징에서 실외 행사 허가 과정이 강화된 데다 예년 행사 장소에 화재가 난 일이 있어 안전 우려 때문에 허가할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 무슨 꿍꿍이인가’사람들은 중국의 속내에 불안해한다.
 
반면 중국의 다른 지역에선 한국 기업들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여러 우리 기업 임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 지방 성급에선 예우가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 기업마다 담당자를 한 명씩 지정해 개별 관리를 하거나 당국이 먼저 접근해 사업 유치를 제안해 온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 중국 경제 침체로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일 협력 관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중국 관료들이 낮은 자세를 보인다는 건 좋은 신호다.
 
지난 11일 중국은 국영언론 CGTN의 앵커였던 호주 국적의 청레이(成?)를 석방했다. 3년 가까이 가택연금 중이던 그녀를 석방시키기 위해 호주는 지속적인 노력을 했다. 이날 석방은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 해빙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한중관계는 최근 교착 상태다. 사드 사태 때와 같은 보복 조치는 없지만 중국은 북핵 사태에 대한 접근, 탈북민 북송 등 민감한 이슈에 정중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미·대일 외교를 강화하면서도 아시안게임 총리 참석 등 중국과의 적절한 거리 유지를 위해 공을 들인다. 사드 사태 이후 7년, 한중 관계는 새로운 관계 설정의 갈림길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위기가 우리에겐 기회다. 북한 문제와 중국 시장 개방에 중국의 성의 있는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올해 말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된다면 관계 정상화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박성훈 / 한국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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