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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노트] ‘잠’

최근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수면유도제인 멜라토닌(Melatonin) 젤리를 나눠 준 기막힌 일이 있었다. 학부모들의 신고로 경찰 조사가 시작되었고 해당 교사는 사임하였다.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멜라토닌은 생체 호르몬의 일종으로 처방전 없이 구매가 가능하며 멜라토닌 함유 사탕이나 젤리 형태인 수면유도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보니, 2022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를 인용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들의 멜라토닌 중독이 10년간 530%나 증가했으며 두 명의 어린이는 멜라토닌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응급센터에 실려 오는 멜라토닌 중독 어린이들의 사례가 급격히 늘자, 2022년 미국수면학회(AASM)는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멜라토닌이 든 수면 보조제의 사용 금지를 강력히 권고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져 가고 있는데, 일선 학교에서 학생들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멜라토닌 젤리를 학생들에게 먹인 교사의 행동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멜라토닌과 함께 많이 사용되는 또 다른 수면제로 처방의약품인 졸피뎀(zolpidem)이 있다. 화이자 글로벌 마케터였던 필자처럼 해외출장이 잦았던 동료 중 빠른 시차 적응을 위해 늘 출장 가방에 가지고 다닌 동료들도 있을 만큼 효과적이고 안전하다고 알려진 졸피뎀이지만, 이 약 역시 오남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2021년 타이거 우즈의 졸피뎀 과다복용으로 인한 끔찍한 차 사고를 비롯해 많은 상해 사례가 있고, 2010년 유엔이 지정한 ‘강간 약물(Date-rape drugs)’ 리스트에 포함될 정도로 수면제 중 범죄에 가장 많이 사용되어 주의를 필요로 하는 약물이기도 하다.
 
수면제의 역사는 19세기에 수술 전 환자에게 투여하였던 마취제가 그 뿌리라고 하며, 최초의 수면제인 세코날(Seconal)은 중독에 의한 부작용으로 자살 시도가 늘면서 2022년 초 생산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이렇듯 수면제는 오남용 위험과 장기 복용 시 중독성의 위험이 크지만, 늘 5시간도 채 자지 못하거나, 짧게 짧게 자다 깨다 뒤척임을 반복하는 만성 불면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우울증, 치매 등의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필요악 같은 약물이다.  
 
이에 제약계에서는 중독성이 없는 수면제의 개발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수면 건강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반영하듯, 숙면을 돕는 각종 슬립 테크와 보조 식품 등 수면 산업이 9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지금은 수십조원 시장을 형성한다고 한다.
 
또한 우리 삶의 1/3을 차지하는 잠자는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인체의 변화와 비밀을 밝히려는 과학계의 노력도 진보하여, 수면 뇌파인 알파파, 렘수면과 잠의 5단계 등 미지의 잠의 세계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  
 
과학 발전의 원천이 ‘상상력’이듯, 불면증의 고통 속에 집필을 시작했다는, 가상의 잠의 6단계를 주제로 한 베르베르의 소설 ‘잠’과 자각몽(Lucid dream) 속의 꿈 도둑을 설정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셉션(Inception)’은 ‘잠’에 관해 진심인 우리의 흥미를 한층 돋우고 있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최소 수면시간, 최저 수면의 질을 기록한 안타까운 대한민국. 잠을 줄여가며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우리 이민세대들.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라는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달콤한 꿈을 꾸면서도 꿀잠을 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이 보약인 것을.

류은주 / 동아 ST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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