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닥치고 기다려라
‘어느 공주를 보고 호위병사는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병사는 공주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공주는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100일동안 공주의 방 발코니 아래에서 매일 공주를 기다린다면 병사와 결혼하겠노라고 약속한다. 병사는 공주의 방 발코니 아래로 달려간다. 그날부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병사는 공주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99일째가 되었다. 하루만 더 기다리면 공주와 약속한 100일째가 된다. 하지만 병사는 단 하루를 남겨놓고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나 버린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야기를 전해주는 알프레도는 병사가 떠난 이유를 자신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니 나중에 토토가 알게 되면 좀 알려달라고 한다.
1988년에 내가 본 극장판에서, 영화는 병사가 떠난 이유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하지만 훗날 찾아본 감독판에서 토토는 자기가 알아낸 이유를 말한다. “처음부터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다. 99일동안 병사는 희망을 가지고 사랑을 기다릴 수 있었지만, 100일째가 되어 공주가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병사는 너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미리 떠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1988년 당시 감독판을 보지 못했던 나는 다르게 해석했다. 병사가 90일을 넘게 기다리는 동안 그는 잠도 못 자고 지쳐갔다. 하지만, 공주는 매일 창밖을 바라보면서도 병사에게 물 한모금 가져다 주지 않는다. 짝사랑을 잘못하면 스토커가 된다. 나는 병사가 공주의 이기심에 자신의 사랑을 접고 떠났다고 해석했다.
‘천년이 가도 난 너를 잊을 수 없어. 사랑했기 때문에’라는 노래구절이 있다. 제목은 “천년의 사랑”이다. 거짓말이다. 아무도 천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 상대도 변하고 나도 변한다. 모습도 변하지만, 생각이 변한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믿을 수만 있다면 평생을 기다릴 수 있다.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이든, 사건이든, 확실한 믿음이 있다면 우리는 평생을 기다릴 수 있다. 병사는 공주를 믿지 못했다.
성공한 많은 투자자들이 말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라고 말이다. 어떤 종목을, 언제 살 지, 신중하게 기다려야 한다고 말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손이 근질거려서 아무 때고 덤벼들어서 아무거나 사버린다. 그리고는 후회를 한다. ‘조금 더 기다릴 걸’ 하고 말이다. 하지만 더 어려운 기다림은 투자하고 난 후에 찾아 온다. 자신이 투자한 종목은 어김없이 곤두박질 치기 때문이다. 자신의 종목만 떨어지든, 아니면, 시장이 전부 좋지 않든, 우리는 대부분 투자한 후에 손해를 본다. 이때, 과연 누가 얼마나 기다릴 수 있는 지가 승부처다. 많은 사람들이 빌린 돈으로 투자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이자부담이 커서 어쩔 수없이 손실을 안고 매각한다. 손절하는 것이다. 투자실패다. 엄청난 손실을 보았을 때 버틸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시장은 언젠가 반등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기다리지 못한다. 돈 쓸 곳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기다림은 아직 오지 않았다. 투자한 금액이 손실을 만회하고 어느 정도 회복한 후에 진정한 ‘기다림’의 시험이 닥친다. 손실을 만회하자마자 대부분의 투자자는 재빨리 팔아 치운다. 손해를 봤던 기간이 길면 길수록 회복과 동시에 더 빨리 팔아 치운다. 만회한 후에 최대한 이익을 실현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 승부처다. 저렇게 많은 시중의 투자서적들이 하고 싶어하는 단 한마디는 이렇다. “닥치고 기다려라.” 그렇다. ‘나는 너를 평생 기다릴 수 있다. 믿기 때문에.’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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