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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되면 이쑤시개가 2배는 더 필요한 베이커 감독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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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백종인 객원기자] 시리즈 전적은 2패가 됐다. 홈 1~2차전을 모두 놓친 탓이다. 결정적인 실수가 나왔다. 1차전은 주루 미스(호세 알투베), 2차전은 악송구(프램버 발데스)가 컸다. 경기 후 감독 인터뷰 때다. 첫 질문부터 공격적이다. 1회 4실점을 추궁한다. (한국시간 16일 텍사스-휴스턴, AL 챔피언십 결정전)

기자 “(선발 투수) 프램버가 에러 뒤에 많이 흔들렸네요.”

패장 “1루에 악송구한 것 말인가요? 아니요. 그런 것 같지는 않구요…. 상대가 계속 인플레이 상황을 이어갔어요. 실제 강한 타구는 2개 정도밖에 없었는데, 짧은 시간에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죠. 그 친구에게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늘 한결같다. 그는 자기 선수를 탓하지 않는다. 잘못은 감싸주고, 잘한 것만 드러낸다. 경쟁 상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좋은 얘기만 한다. 이번 시리즈에서도 그렇다. 1차전을 잃은 뒤다. 엉뚱하게도 상대편 투수코치 칭찬에 침이 마른다.



“마이크(매덕스)는 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라고 볼 수 있죠. 어떤 전략으로 게임을 풀어가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친구예요. 위기 때 마운드에 올라가서 몇 마디 조언으로 훌륭하게 상황을 정리해 주죠.” 토론토의 선발 조던 몽고메리(6.1이닝 무실점)의 호투 뒤에는 매덕스 코치의 지분이 상당했다는 평가였다.

적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브루스 보치(텍사스)와의 대결은 관심거리였다. 1500승을 넘긴 사령탑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빵(베이커) 감독은 경쟁의식이 전혀 없다. 오히려 친분을 강조한다.

“은퇴했을 때(2019년) 통화했던 기억이 나요. ‘이제 흔들의자에서 편하게 야구 중계를 볼 수 있겠군’ 하면서 축하해 줬어요. 작년에 내가 우승한 걸 보고 자극받아서 컴백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ㅎㅎㅎ. 그래도 다른 데로 갔으면 했는데, 하필이면 같은 지구로 와서…. 껄껄껄.”

mlb.tv화면 캡처

mlb.tv화면 캡처


더스티 베이커 하면 몇 가지가 떠오른다. 그중 하나가 이쑤시개다. 게임 중에는 언제나 입에 물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MLB.com이 그 얘기를 다룬 적이 있다. 휴스턴 감독으로 취임한 1년 뒤였다. ‘이제껏 베이커가 쓴 이쑤시개는 몇 개나 될까’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가십에 불과한 내용을 무척 진지하고, 디테일하게 다뤘다.

보도에 따르면 그의 애용품은 한 가지다. 민트향을 입힌 수입품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에서 자란 차나무를 가공한 유기농 제품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제조사가 협찬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정중히 거절한다. “에이, 얼마나 한다고 굳이 협찬까지….” 그런 뜻 같다.

MLB.com의 특기가 발휘된다. 치밀한 데이터 분석에 들어간다. 그리고 완벽한 수치를 뽑아냈다. 이 제품은 일반인에게 15~20분 정도 버티게 제작됐다. 그런데 베이커 감독은 장인(匠人)이다. 1개로 1시간 반이 거뜬하다. 1게임에 2개 꼴로 소모된다는 뜻이다.

1년에 162게임이다. 그걸 22년간(기사가 나온 2021년말 기준) 했다. 결과값은 7128개였다. 이걸 길이로도 환산했다. 1개가 3.3인치, 곱하면 모두 0.4마일 정도다. 650미터쯤 된다. 인포그래픽도 멋지게 만들었다. 연필 3233개, 야구배트 577개, 풋볼 경기장 7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1.3개 길이와 맞먹는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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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은 씹는 담배였다. “자이언츠 타격 코치 때였죠. 우리가 밀리는 경기였어요. 누군가 랠리 딥(역전을 기원하며 씹는 담배)을 권하더라구요. 그 뒤로 5점을 뽑았어요. 다음 날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구요. 그러면서 씹는 담배에 푹 빠졌죠. 그러다가 치아와 입안이 상했죠. 치과 의사가 이쑤시개를 권하더라구요.”

일종의 징크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승부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현역 최고령(74세) 사령탑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사실 MLB.com의 데이터에는 숨겨진 숫자가 있다. 포스트시즌이다. 정규 시즌 때는 1경기에 2개면 충분하다. 그런데 10월에는 그게 안 된다. 최소한 4개는 필요하다. 두 배의 초조함과 긴장감이 뒤따른다는 얘기다.

왜 아니겠나. 그는 2021년까지 11번의 가을 야구를 모두 실패했다. 번번이 중도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어렵게 숙원을 이뤘다. 첫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이다.

우승 감독이지만 고용 조건은 불안정하다. 재계약 기간은 1년뿐이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승부욕은 지치지 않는다. “반지 1개는 좀 쓸쓸하다. 하나가 더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앞으로 8번은 이겨야 한다. 이쑤시개가 20~30개는 필요할 것이다.

/ goorada@osen.co.kr


백종인(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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