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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신호철

신호철

오늘 아침에도 꽃들과 나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려고 덱크 문을 열었는데 공기가 차갑다. 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찬 공기에 가디건을 걸치고 다시 나왔다. 온도를 첵크해 보니 56도(F)였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스산해 보인다. 누렇게 변해가는 잎들도 있고 벌써 떨어진 나뭇잎들도 드문 보인다. 찬 바람에 꽃봉오리를 흔들고 있는 코스모스, 몇 개의 갈라진 대궁에 가냘프게 꽃피운 아네모네도 하늘하늘 가을 아침을 즐기고 있다. 막 내린 커피를 마시며 헨델(G.S. Handel)의 파사칼리아(Passacaglia)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걷고 있다. 아침마다 마주하는 방긋 웃는 꽃들에게, 푸른 잎사귀를 흔들어 주는 나무들에게 인사를 나눈다. 밤새 활짝 얼굴을 내민 핑크 장미에게 다가 간다. “고마워, 네 얼굴을 다시 보게 되어서.” 지난봄 힘들었던 내게 위로를 주었던 장미가 나를 반긴다. 꼭 내 마음 같아 꽃잎을 만져본다. 누군가의 창가에서 외로이 피었던 장미 한송이. 들장미처럼 많은 꽃들이 피어나지 않고 하나, 둘 외롭게 피어 나는 장미가 귀하고 애처롭다.
 
 
그립다 말을 할까  
 
 
창문을 여니
하나 가득 밀리는 가을 빛


먼 거리로부터 내게로 와
가득히 메운 별빛 마당
촉촉히 적셔져 오는 마음  
말없이 돌아 앉은 호수
그립다 말을 할까  
 
눈을 감으면  
창문에 두드리는 바람
그리움의 단어 한자 건지지 못하고
애써 덮으려 했던 날들 위로
서둘러 떠나는 철새들의 날갯짓
그립다 말을 할까
 
단풍나무 길을 걷다가
우수수 떨어지는 단풍잎
속까지 붉게 젖어오는 하늘아래서
죽은 자의 손짓처럼  
산 자의 하루가 지는 밤  
아~ 그립다 말을 할까
 
 
우린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건가? 가랑비가 옷에 스며온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파사칼리오’ 피아노 연주곡은 걸음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한동안 반복 된다. 이어지는 탁하고 높은 음마저 깊고 슬프다. 삼박자의 왈츠곡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잔잔하게 휘저을 수가 있을까? 누군가는 춤을 추고 어떤 이는 글을 쓰고 또 한 사람은 마냥 걷고 있다. 듣고 또 듣는다. 언덕을 지나 호숫가를 바라보다 찬바람을 맞으며 돌아왔다. 얼마를 걸었는지 목이 잠긴다. 호수 위에 장미 한 송이 어울지고, 어딘가 흔들리고 있을 파도가 마음 속으로 밀려 온다. 지금도 세상 어딘가에 틀림없이 있을 그리움의 조각들이 이 아침 찬바람에 꽃잎처럼 날린다.  
 
 
아이야  
 
 
아이야
바람이 분다
선선한 길 위로 가랑비 내린다
하늘생각 담아 보슬 내리는데
언덕 오르며 파도치는 호수가 그리워
정오를 향해 돌아가는 벽시계의 숨소리가 거칠구나
 
아이야
모두가 살아있었구나
눈 감으면 거침 없이 자라는 소리 들리고
때 쓰지 않아도 지구축은 기울어 돌아 가는데
목소리가 그리운 누군가는 다이얼을 돌리는구나
 
아이야
비를 맞으면 되살아날까
사랑이 굶주려 돌아온 일상이 어색해
오늘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절둑이며 정오를 걷고 있구나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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