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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방패와 창, 짧지만 길게 산다

이기희

이기희

나를 지키는 힘은 내게서 나온다. 타인이 막아주지 못한다. 방패는 적의 공격을 막는 병기다. 방패를 가지면 심리적으로 안정돼서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만든다. 살면서 항상 기댈 수 있는 방패가 돼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창은 인류 역사 초창기부터 사냥용으로 쓴 무기다. 길다란 장대 끝을 뾰족하게 만들거나 칼날을 달아 찌르고 베고 던져 사냥을 했다. 역사학자들은 인간은 수십만 혹은 수만년 전부터 가는 곳마다 대형 포유류를 멸종시켜 왔는데 그 원동력은 창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이 확실하게 먹이사슬 최정상에 올라선 시점은 창을 쓴 후부터라는 설명이다.  
 
초나라 ‘무기 장사꾼’이 “이 방패는 아무리 날카로운 창도 막을 수 있는 대단한 물건 입죠. 요즘 같은 ‘전국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 꼭 필요한 방패고 이 창은 세상에서 제일 튼튼한 방패도 뚫을 수 있는 천하제일 창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지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한 노인이 “정말 훌륭한 창과 방패구려. 근데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겠소”라고 물었다. 장사꾼은 판을 거두고 줄행랑을 친다.  
 
모순(矛盾)은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형용 모순(形容 矛盾, Oxymoron)은 상반된 어휘를 결합시키는 수사법이다. 그리스어로 ‘Oxy’는 날카로운(Sharp), 예리한(Keen)을 의미하고 ‘Moran’ 은 바보(fool)로 ‘똑똑한 바보’란 뜻이다. 아들녀석이 내 별명을 ‘모란’이라 불러 뜻을 찾아봤더니 저능아였다. 틴에이저 둘 건사하며 제정신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몇 있을까.
 


‘눈을 감아라, 그러면 보일 것이다’ ‘달콤한 슬픔’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이순신 장군의 명언)처럼 상반된 어휘의 배열은 의미를 증폭시킨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갈라치기와 흑백이론, 금수저와 흙수저. 무한 경쟁과 성공 강박, 목숨 건 당파싸움, 한 쪽이 패망해야 다른 한 쪽이 살아남는 처절한 생존 경쟁,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자기의 이익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전인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자기 논에만 물을 끌어넣는다는 뜻으로 자기 이익만 챙기고 유리한 방향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처사를 일삼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창과 방패는 양날의 검이다. 진검승부는 패하면 생명을 잃을 정도로 명예와 권위를 다투는 대승부다. 사익과 말바꾸기, 거짓과 모함으로 언론을 도배질하는 추태를 보는 국민은 피곤하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없이 바닥을 헤매는 서민들은 기댈 곳이 없다. 허기진 몸을 방패 삼아 하루를 버티고,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등 굽은 백발 할머니의 두 손은 찌그러진 생의 병기다.    
 
상식(Common Sence)을 고수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 일반적인 지식과 이해력, 판단력으로 분별하고, 자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식이 상식이 된 사회,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진보적이며 역사를 부정하지 않고, 모순에 타협하지 않으며 자기주견의 함몰되지 않고 치열하고 담담하게 살면 사상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는 매일 반전을 꿈꾼다. 어제 보다 다른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반전의 기회는 늘 있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역사는 반복과 반전을 통해 발전한다.  
 
꿈꾸는 사람, 준비하고 노력하는 사람을 능가하는 인생의 성공은 없다. 방패와 창을 버리고 사랑과 화합의 꽃이 만발하는 세상이 오면 그대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세월의 파도 속에서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세상의 끝이 안 보여도, 남은 시간을 아껴 쓰면 인생이 길어진다. 짧지만 길게 산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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