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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신호철

신호철

이제 트랙 위에 발을 올려 놓습니다. 녹색의 트랙 위로 세개의 하얀줄이 길게 뻗어 있습니다. 오른쪽엔 RUN, 가운데 길엔 JOG, 아래 농구대가 보이는 난간 쪽엔 WALK라고 쓰여있네요. 코너를 돌 때는 딴짓을 하면 안됩니다. 그대로 걷다 보면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죠. 하얀 선을 따라 둥글게 돌면 됩니다. 구불구불 그어진 선은 없으니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등 뒤로 땀이 송송 맺힙니다. 이제 트랙을 바꾸어야 합니다, RUN에서 JOG로 다시 WALK로 숨이 가빠집니다. 고만할까 생각하다 생각을 고칩니다. 마지막 한바퀴도 그렇게 잘 돌고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걷고, 뛰고, 달리는 하루 하루를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어느 날은 걷다가도 불현듯 찿아오는 일로 뛰어야 하고 때로는 앞 뒤 쳐다볼 여유도 없이 마구 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때도 있으니까요. 그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느린 하루를 맞이할 때도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런 패턴의 시간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섬찟 놀라게 되는 것은 그런 시간은 내 일생에 단 한번 찿아온다는 사실이지요. 하물며 사람과의 인연은 어떨까요.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묻기를 “손으로 쥐어 그 손에 쥔 모래알갱이의 수가 몇 개이겠는가?” 제자들이 답하기를 “무수히 많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다시 제자들에게 묻기를 “그렇다면 황하의 모래 알갱이 숫자는 어떠 하겠는가?“ 제자들이 답하기를 “손에 있는 모래도 헤아릴 수 없이 많거늘 어찌 황하의 모래를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때 석가모니는 제자들에게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조건 또한 이처럼 헤아릴 수 없으니 인연을 귀하게 여겨라.“라고 설하셨답니다. 오늘 내가 가는 곳,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 되어지는 모든 일들이 소중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인, 화가)
  
한 번의 인생    
  


어디 가시나요? /  갈 곳은 있으시나요? / 저도 왠지 가고 싶은 곳이 있답니다 /  겹겹이 산들이 펼쳐 있는 곳 / 나무에 해먹을 두르고  누우면 솔 향기 / 솔솔 나는 곳으로 가고 싶답니다 / 바쁜 시계추 멈춰있는 고요 속으로 // 무얼 들으시나요? / 귀 기우려 듣고 싶은 게 있나요? / 가까이 다가가 듣고 싶은 것이 있답니다 / 아침에 피었다 지는 나팔꽃 입 다무는 소리 / 거리를 유지한 나무 위로 잔가지 부딪히는 소리 / 온종일 슬피 부서지는 파도 소리 듣고 싶답니다 / 그리워 떠나지 못하는 물새 소리 귀담아 봅니다 // 무얼 보고 싶은가요? / 아른아른 지워지지 않는 게 있나요? 물으신다면 / 새벽 눈뜨면 커피 향과 함께 먼동의 하늘이 / 자고 나면 꽃 피우는 뒤란의 행복이 / 뛰어가지 않아도 닿을 수 있는 언덕의 노을이 / 기차길 옆 손 흔드는 갈대의 서글픔이 / 하루가 멀어져 가는 달빛 아래 한 사람이 // 시계의 초침을 잡아 매고 쏟아지는 빗속으로, 바람에 흘러가는 구름나라 하늘로, 싸리문 열면 발그란 얼굴 과꽃 가득한 본향으로, 떠나지 않는 물새의 궁금한 발자국 찿아, 눈을 감아도 어른거리고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너의 모습 너의 소리 // 단 한 번의 인생이기에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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