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 이상 효도검진? 불효검진 될 수 있다" 말리는 의사들 왜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경기도 성남시 김모(80)씨는 건강검진 권유를 거절해오다 딸이 또 얘기하자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김씨는 심장 시술을 받아서 주기적으로 심장만 검사를 받는다. 딸(52)은 "다른 데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 암 검진 같은 걸 받았으면 좋겠는데, 아버지가 너무 싫어한다"고 말한다.
"92세 아버지 위·대장 검진 해달라"

"이 나이에 뭘"이라는 김씨의 판단은 의학적으로 옳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주최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포럼이 열렸다. 최윤정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암관리학과 교수(예방의학 전문의)는 '암 검진 하지 마라 5'를 공개했다. 이 중 하나가 '기대여명 10년 이하이면 유방·대장·전립샘암 선별검사 목적으로 암 검진을 하지 않는다'이다. 나머지는 금지 항목은 갑상샘암 초음파검사, 췌장암 선별검사(무증상), 양전자 단층촬영(Pet-CT) 등이다. 선별검사란 병을 확진하려는 게 아니라 의심이 가는 걸 걸러내는 검사를 말한다. 가짜 양성, 가짜 음성이 적지 않다. 폐암 검진에서 양성이 나오면 바늘로 찔러 조직검사를 하는데 이 중 5~50%만 실제 양성이다. 유방은 10%만 진짜 양성이 나온다.
암 검진의 득보다 해가 커

그런데 국가암 무료검진(위·간·유방·대장·자궁·폐)에는 연령 제한이 없다. 서민아 국립암센터 암검진사업부장은 "폐암 고위험군 외는 국가암검진의 종료 연령(검진을 안 해도 되는 나이)이 없다"며 "99세 할머니에게 '자궁암 검진을 안 받아도 된다'는 말을 못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85세 이상 위암 검진은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최 교수는 "내시경 검사를 하다가 구멍이 나거나(천공) 감염될 수 있다. 천공은 수술이 필요한 중증 합병증이다. 내시경 검사에 쓰는 미다졸람·프로포폴 같은 마취제는 저혈압·호흡곤란·의식저하를 야기할 수 있고 간혹 심정지가 오기도 한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5월 대한소화기학회지에 한 대학병원의 2004~2020년 16년 치 대장내시경 6만여건을 추적한 논문이 실렸다. 23건의 천공이 발생했고 80대 노인 2명이 숨졌다. 논문은 일반적으로 내시경 합병증이 0.1% 선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서울적십자병원 80세이상 암검진 안해
문영수 원장은 "우리 병원은 최근 80세 이상은 원칙적으로 암 검진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너무 위험해서다. 대신 먼저 진찰해서 위험성을 따진 후 시행한다"며 "나라에서 선심 쓰듯 검진을 제공하지만 이게 결과적으로 어르신과 병원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윤정 교수는 "평소 다니는 병원의 의사와 상의한 뒤 검진 여부를 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신성식(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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