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의 이코노믹스] 삐걱대는 중국 경제, 그래도 시한폭탄은 없다
부동산 위기론에 빠진 중국

‘3대 회색 코뿔소’의 위험

2018~2021년 중국 주택 건설업체들은 주택 수요의 30~50%를 초과 공급했다. 당시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수요자들의 가처분소득 대비 분양가격이 너무 높아 분양이 침체함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몰려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2020년 8월 중국 정부는 주택금융 공급을 대폭 긴축함으로써 주택시장의 과열을 규제했다. 그러나 지방정부는 재정수입의 40~50%를 차지하는 토지이용권 판매를 축소하기 어려웠고, 이후에도 부동산 개발을 지속한 결과 공급과잉 문제를 심화시켰다.
비금융부문 부채 GDP의 3배
2010년에서 2019년간 선진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2%였던 반면에 중국의 평균 성장률은 7.7%에 달했다. 이 고도성장의 동력은 2008~2021년간 평균 GDP의 44%에 달하는 총고정자본 형성이었으며, 특히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상당 부분이 부채로 조달되었다.

‘그림자 금융기관’의 부채 폭탄
이미 2021년 9월 헝다(恒大)가 채무 불이행 문제를 일으킨 데 이어, 지난 8월 중국 최대 주택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이 달러채 이자 상환을 유예하고 9월에만 9건의 원리금 상환 일정을 두고 있어 여전히 위기 진행 상태에 있다. 달러채를 발행한 50대 주택개발업체 중 34곳에서 원리금 상환 연기가 발생했으며, 이 업체들의 달러 채권 평균 시장거래 가격은 액면가의 67%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중국 부동산업체들의 유동성 사정은 어려운 상태에 있다.

한편 중국 재정부는 올해 4월 말 현재 LGFV의 채무잔액을 37조 위안으로 밝혔으나, IMF는 2월 66조 위안으로 추정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31개 성·시 자치구 중 일부에서 과다 부채 문제가 드러남에 따라 중앙정부는 올해 상반기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로 LGFV 부채상환용 특별채권 발행이 하달되었다. 중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실적보고(8월 30일)에서 일부 지방정부의 LGFV에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했으며, 자산의 질이 악화하였음을 인정했다.
중앙 정부의 수습 능력 여전해
부동산시장 문제를 비롯한 경제난에도 중국 경제에 시한폭탄은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국 경제를 시한폭탄으로 보는 관점은 시장경제체제를 보는 시각으로 중국 경제를 보는 것이다. 그림자 금융 문제가 있지만 제도금융권이 건전하고, 정부의 조정능력이 시장경제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그림자 금융 문제가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될 위험은 낮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더욱 없다.
중국판 ‘리먼 사태’ 가능성 작아
즉 2008년 미국의 ‘리먼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는 중국에서 발생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중국 경제의 내수 촉진을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가 부동산시장 대책에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적극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을 경우, 공급되는 유동성이 지방정부 금융기업으로 흘러 들어가 다시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키울 위험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대비 2035년까지 GDP 규모를 두 배로 증가시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5% 성장률이 요구된다. 그러나 당면한 부동산시장 문제보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근본 문제는 현재의 정부·공급·투자 주도 경제시스템으로는 더는 성장률 5%의 고성장 경제를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한계
경제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체제 개혁이 필요하지만, 중국 정부는 민간·수요·소비 위주의 경제로 전환할 경우,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하고 사회주의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체제 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즉 중국 정부는 현재 사회주의 이념 및 정치 지도력 유지와 경제 효율성 제고 간의 선택에 직면해 있으나, 이 정도 경제 문제로 공산당이 영도하는 정치 통제력을 약화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현재 체제의 근간을 유지하되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제한적인 금융지원과 부분적인 규제 완화로 사태 수습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중국 경제는 위기 사태를 수습하되 회색 코뿔소 위험은 내포한 채로 저성장 경제로 이행하는 행로를 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중심 공급사슬에서 벗어나야
블룸버그는 부동산 사태의 충격을 반영하여 2023~2028년 중국의 연평균 GDP 성장률을 종전의 5.0%에서 4.5%로, 2029~2035년 연평균 성장률은 3.9%에서 3.3%로 낮추었다. 세계 GDP의 18%를 차지하는 중국의 장기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계 경제의 장기성장률도 하향조정될 수밖에 없다.〈그림 3〉
잠재성장률 2%의 한국 경제 역시 중국 경제 부진의 영향으로 잠재성장률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GDP 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의 GDP 성장률은 0.05% 포인트 하락하는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가 저성장 단계로 전환하는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중국 중심 공급사슬에서 탈피하여 공급사슬 재편과 시장 다변화를 도모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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