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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 일·중 공들이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한국은 무관심

세계 전문가 배출하는 대학에
한국의 존재감은 의외로 저조
정부·기업들 중요성 인지 못해

보스턴 총영사 업무 조정해
미 두뇌집단 활용도 높여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하버드대에 대해 일본과 중국 등은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하버드대에 대해 일본과 중국 등은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밖에 나오면 안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하버드대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동의한다. 서울을 떠나 보스턴에 머물면서 객관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곱씹어 보게 됐다고 한다.  
 
특히 미국의 핵심 두뇌집단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의 경험은 특별하다고 강조한다. 이곳에선 미국의 브레인과 오피니언 리더들을 자신의 네트워크로 확보하려는 세계 각국의 경합이 뜨겁다. 일본, 중국, 대만 등은 정부, 기업, 학계를 통한 다차원적 네트워킹에 공을 들인 지 오래다. 반면 한국의 존재감은 희박하다. 한류의 인기에 으쓱해진 채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박 전 장관에게 들어본다.
 
-케네디스쿨 선임연구원으로 주요 관심은.    
 
“정치에서의 디지털 민주주의와 인공지능(Digital Democracy-AI in Politics)이 주요 관심분야다.  지난 4월 이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는데, 하버드 대학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에서 관심있게 보도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고 질문도 많이 나왔는데, 한국의 IT와 앞으로 다가올 AI 미래사회에 대한 전개 방향과 규제에 관심이 많았다. 미중 갈등 속 반도체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는 하버드 웨더헤드 국제문제 연구소(Weatherhead Center for International Affairs)의 스칼라 프로그램도 함께하게 된다.”  
 
-반도체에 관심을 둔 계기는.  
 
“반도체는 미중갈등의 핵심이다. 첨단 반도체 기술의 지배력은 곧 글로벌 기술패권과 군사 안보의 핵심이다. 미국은 미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최신 첨단 전략무기의 명중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 여기에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베트남전 패전의 원인 가운데 재래식 무기의 오발률이 매우 높았다는 점을 반성하며  전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기에 센서와 통신이 필요했고, 그래서 칩을 정착한 무기개발이 시작됐다. 그 칩의 핵심이 반도체인데 센서를 통한 감지능력과 정확한 거리 계산을 해내는 기능이  주효했던 것이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미소 군축협상도 미국의 반도체칩을 장착한 유도미사일 개발과 무관하지 않다. 반도체 기술이 뒤졌던 소련이 미국의 유도 미사일에 맞서는 요격 미사일 개발을  힘겹게 느꼈으니 말이다.)  칭화대 화공학과 출신인 시진핑은 반도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집권 후 국가주도적으로 반도체 첨단기술 투자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여기에는 막대한 국가보조금은 물론 기술 탈취도 포함된다.  중국의 이러한 상황을 가볍게 여기던 미국이 이제는 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좀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이는 한국의 미래와도 직결된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메모리칩을 잘 제조하는 나라, 메모리칩의 점유율이 높은 나라 정도다. 이에 비해 대만의 TSMC는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장으로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또 일본에 대해선 반도체 소재 등 원천기술 보유국으로서 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일본산 반도체 수입규제 이후 그 자리를 메워 온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한국 반도체 산업도 이제 변곡점에 접어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버드에서도 한류 확산을 실감하나.  
 
“K-컬처는 확실히 미국 젊은이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아직 하버드에서의 한국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첫째, 한국학연구소의 규모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너무 왜소하다. 그리고 연구소에서 하는 행사도 너무 고전적인 주제들을 다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둘째, 일본의 경우 웨더헤드센터에 미일 관계 프로그램이 있고, 이 분야를 담당하는 교수도 여럿 있다. 페어뱅크 센터(Fairbank Center)라는 엄청난 규모의 연구소는 중국 관련 연구와 행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한국은 아직 이러한 아카데미 분야를 뚫고 들어오지 못한 상태다. ”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2019년 8월~2022년 3월 하버드대가 중국에서 지원받은 금액은 약 7000만 달러에 달한다.
 
-한국 기업들의 지원은 없나.
 
“최근엔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김우중 대우 회장이 기부금을 내 케네디스쿨에 ‘대우교수’를 만든 적이 있다. 당시 아시아 연구라는 포괄적인 카테고리를 설정해 기부했는데, 지금은 그 자리가 중국 전문가로 채워져 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에는 아직 한국인 교수가 한 명도 없으며, 한국에 대한 시각을 넓히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곳 졸업생들의 상당수가 백악관과 미국 정계 또는 세계 각국의 정관계로 진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치적 네트워킹과 관련한 국가전략적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삼성은 할 만할 텐데.  
 
“올 가을 학기 반도체 심포지움엔 대만의 TSMC 등에서 대규모 사절단이 온다. 이들은 지난 봄 학기 반도체 세미나에서도 ‘TSMC는 미중 갈등 속에서 대만의 보험이다’라고 노골적으로 말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은 없다. 삼성에 물어보니 세미나에 초대받지 못했다더라. 참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본과 대만 등이 하버드에 지속적인 지원을 한다는데.  
 
“일본은 전략적으로 하버드를 지정해 정부와 기업의 유학생들을 보내고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외국 유학 좀처럼 가지 않는다는 일본인들도 유독 하버드엔 바글바글하다. 웨더헤드센터의 미일 프로그램만 해도 15명의 일본인 연구원들이 있는데 상당수가 재무성, 외무성 관료와 교수들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미국 정관계 인사뿐 아니라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친분을 쌓는다. 한국에선 젊은 신참 공무원이 나오는데 비해, 일본에선 실무경험이 제법 쌓인 중견 또는 고위급 관료가 나오니, 이곳에서의 활동 폭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주미한국대사관이나 보스턴 총영사관은 관심을 두고 있는지.
 
“아쉬운 부분이다. 좀더 관심과 신경을 쓰면 좋겠다. 특히 보스턴 총영사관은 동포업무도 중요하지만 하버드에서 개최되는 각종 세미나 등에 활발하게 참석했으면 좋겠다. 하버드뿐 아니라 대학도시 보스턴에서 공부하는 세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을 알리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보스턴 총영사의 공식적인 직무 설계(job-description)를 그런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생각해볼 게 있다. 봄방학 때 이스라엘, 일본, 유럽 국가들은 재학생 대상의 국가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여비 절반을 보조해 주고 정치인들과의 미팅도 주선해 준다. 한국의 경우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은 많은데 주선해주는 곳이 없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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