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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손맛이 그리운 때

자고 일어나면 신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디지털화로 우리의 생활이 편리해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예전에 좋은 의사는 지식과 경험, 청진기 하나면 가능했지만, 요즘은 수십 개의 디지털 기기의 도움 없이는 진단과 치료가 어렵게 되었다.  
 
우리는 모든 것이 급변하는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 너무 많은 정보 홍수에 휘청거린다. 더 나아가 AI(Artificial Intelligent) 시대로 접어들면서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한다. AI가 얼마나 감정을 학습하고 전달할 수 있는가는 앞으로의 숙제다. AI가 창조와 창작 능력도 뛰어나다고 하지만 아직은 미숙아 단계다.  
 
지난 5월부터 할리우드 작가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작가의 처우 개선과 근무 환경개선, 그리고 인공지능 사용 제한을 요구한다. AI는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나 요약을 잘하고 시키는 일을 잘 수행할 뿐만 아니라 어떤 질문에도 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AI는 요구 사항에 따라 초안을 쓸 수는 있지만 제대로 완성도 있는 작품을 쓸 수는 없다.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AI에 대본 초안을 작성하게 하고 작가들에게 이를 수정하라고 지시한다. 작가가 이 초안을 수정하게 되면 초안을 쓴 사람한테 저작권이 있다는 주장까지 가능하게 된다. AI는 도구일 뿐 작가가 아니다. 작가는 AI가 쓴 초안을 보정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창작품을 완성 시킨다. 결국 AI는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일을 맡기는 대행 서비스 역할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은 호기심이 없다. 인간의 호기심은 인간만이 가진 최대의 강점이다. 인공지능은 주인인 인간이 주입한 자료를 통합, 관리, 요약해서 적재적소에 맞는 대답을 인간보다 잘한다. 한번 입력된 자료는 계속 살아있으며 몇 번이고 재사용할 수가 있다. 인공지능은 한번 입력된 자료가 자산이지만 인간은 호기심이 많아 계속 전진하고 진취적인 태도로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변화의 소용돌이에 동요되어 중심을 잃고 여기저기로 휩쓸리게 되면 불안하다. 불안은 많은 병을 유발한다. 병을 키우기 전에 우리는 두 발을 굳게 땅에 심어야 한다. 우리의 삶이 기계화될수록 우리는 인간적인 삶을 그리워한다. 손맛을 그리워한다. 한 15년 전에 미술에 관심 있는 친구 셋이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뮤지엄과 갤러리를 방문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한 6개월은 재미가 있었으나 그 후로는 모든 트렌드가 영상 비디오로 흘러가서 그만두었다. 우리가 그 당시 원했던 것은 손으로 붓을 잡고 그린 그림이었다.  모두 기계화된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우리는 허허롭고 외따롭다.  
 
homemade와 handmade가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모두 인간적인 것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삶이란 사람의 손에서 전해지는 정성과 피부에서 전해지는 온기, 가슴에서 피어나 오는 사랑을 느끼는 감동이 아닐까. 또 하나 사랑의 눈빛은 AI가 결코 학습할 수 없는 우리 인간만의 자산이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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