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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상종하기 싫은 사람이 있을 때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상종하기 싫은 사람이 생긴다. 매너 또는 상식이 없어서, 이기적이어서, 지적 수준이 안 맞아서, 심지어 '주는 거 없이 미워서' 까지. 특히 정치적 견해나 종교적 입장이 다르면 원수가 따로 없다.
 
가장 손쉬운 해법은 상대를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근거지나 직장을 옮기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돌아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라 했던가. 어느 곳으로 옮기던 '돌아이'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다. 특성이라는 것은 본인이 알고 있는 법이라든지, 오랫동안 견문에 익은 것이라든지, 또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별한 습성 등을 이른다.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다정한 사이에도 충돌이 생기기 쉽고 심하면 미운 마음까지도 나게 된다. 외도들이 부처님의 흉을 팔만사천 가지로 보았지만 사실은 부처님에게 잘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지견과 익힌 바가 서로 달라서이다. 보기 싫은 사람이 생기면 먼저 사람마다 특성이 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입니다.' 흔히 하는 말이다. 그럼. '틀린 것'은 없을까. 불교의 핵심을 '제악막작 중선봉행(諸惡莫作 衆善奉行ㆍ악을 그치고 선을 행하는 것)'이라고도 하고, 계율 수행은 결국 정의를 취하고 불의를 버리는 일이다. 궁극적 의미에서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구분해야 한다. 문제는 우리의 분별주착으로 인해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한국 남편과 일본 부인이 이순신 장군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중 누가 더 훌륭한가에 대한 토론을 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명나라와 조선을 복속시키려 했다는 이유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역사적 위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정복군주인 광개토대왕은 한민족의 영웅으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틀렸다고 비난할 때, '내 생각이 틀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살다보면 '나를 괴롭히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은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군대 선임이 그랬다. 누가 나를 미워하거든 먼저 그 원인을 생각해서 미움 받을 만한 일이 나에게 있었거든 고치기에 힘쓰고, 그러한 일이 없거든 전세의 밀린 업으로 알고 안심하고 받으면 된다. 게다가 누군가 나를 미워할 때에 나의 마음이 잠시라도 좋지 못한 것을 미루어 나는 누구에게든지 미움을 주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하게 되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곧 나의 마음 쓰는 법을 가르치는 선생이라는 생각도 못할 이유가 없다.
 
종교생활이나 진리공부, 마음공부를 오래 해 왔다면, "원수를 사랑하라" "모두가 부처님"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면, 먼저 각자가 다른 특성이 있음을 이해하고, 나의 견해와 판단이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고, 미운 사람이 나의 마음공부 스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상종하기 싫은 사람을 대할 때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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