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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쓰다듬는다는 것

우리가 몸으로 하는 일 중에는 다른 이를 위로하거나 칭찬하거나 격려하는 행동이 많습니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신체언어 또는 비언어적 행위라고 하는데, 이런 행동이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인간의 행동에는 공격적인 행동도 많이 있습니다만, 인간의 행위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잘 지내려고 하는 겁니다. 공격해야 하는 일보다는 서로 함께 살아야 하는 순간이 많은 겁니다.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로하고, 잘한 일은 칭찬하고,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격려하는 겁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힘들어하는 사람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 어깨를 토닥이거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신체가 닿았기에 온기가 전해졌을 것이고, 그 온기에는 내 감정이 담겨있었을 겁니다. 따뜻한 마음이라든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은 모두 우리 몸의 온기에서 시작된 표현으로 보입니다. 나의 체온은 내 몸을 유지하는 온도이면서, 우리 사이를 이어주는 온도입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내 몸이 고맙습니다. 차가운 마음이나 차가운 사람이라는 말은 사람에서 멀어지는 표현입니다. 그럴 때 냉혈동물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인간의 행위 중에서 쓰다듬는 행위는 우리를 조금 더 기분 좋게 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가 지금도 조금이라도 더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때 쓰다듬기의 기억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볼을 쓰다듬는 것은 그야말로 쥐면 터질세라의 감정입니다. 너무나도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감정이 볼 쓰다듬기로 나타납니다. 보드랍게 쓰다듬으며 사랑이 전달됩니다.  
 
 조금 다른 방식의 쓰다듬기도 있습니다. 속이 안 좋은 아이에게 배를 쓰다듬어 주거나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온기와 걱정의 감정이 전달되어 병이 낫습니다. 그야말로 치유의 손길입니다. 손이 약손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스스로 하는 치유도 있습니다. 힘들어하는 자신을 스스로 쓰다듬기도 합니다. 이때는 쓸어내린다는 표현도 합니다. 놀라거나 답답할 때, 가슴을 가만히 쓸어내리게 됩니다. 가슴에 막힌 것을 부드럽게 뚫어 흘러가게 합니다. 머무르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게 감정입니다. 물론 너무 답답하면 막힌 것을 뚫기 위해서 가슴을 치기도 합니다. 가슴 칠 일은 없기 바랍니다.
 


쓰다듬다는 말은 ‘쓸다’와 ‘다듬다’가 합쳐진 합성어입니다. 쓸고 다듬는 행위입니다. 다듬다는 말은 ‘다듬다듬’이라는 표현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다듬이라는 표현보다는 더듬이라는 표현이 익숙합니다. ‘더듬더듬’의 부드러운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듬’이 어두운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면 ‘다듬’은 조심스러움을 강조하는 느낌입니다. 조각할 때 마지막으로 세밀하게 마무리하는 과정을 다듬는다고 합니다. 글도 마무리 과정에서 다듬기가 중요합니다. 자신의 글에 거친 면을 남겨둘 수는 없지요.
 
힘든 일이 많고, 마음이 답답할 때 저는 스스로를 위로하기를 권합니다. 위로의 말을 건넬 수도 있겠지만, 내 따뜻한 손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가슴을 가만히 쓸어내리면서 안심시키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고생하는 스스로를 칭찬해 주세요. 때로는 내 몸도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볼도 만지면서 예뻐해 주고, 앞으로 잘될 거라고 어깨도 토닥여 주세요. 우리는 그런 말을 들어도 되는 사람입니다. 쓰다듬는 것은 참 좋은 행위입니다. 쓰다듬다라는 말은 이제 ‘쓰담쓰담’이라는 표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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