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폴 매카트니가 찾는 62년 전 기타
이 기타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호프너 500/1(Hofner 500/1)’이라는 바이올린 베이스 기타입니다. 독일 악기사 호프너가 1950년대에 출시한 모델인데, 주인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베이스 기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이 기타의 주인은 다름 아닌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비틀스 초기 활동 당시인 1961년 독일 함부르크시 악기상에서 그가 단돈 30파운드(약 5만원)에 구매한 첫 베이스 기타랍니다. 이 모델 특유의 가벼운 무게와 바이올린을 닮은 대칭적인 구조가 왼손잡이인 매카트니가 연주하기에 딱 맞았던 것이죠. 100파운드짜리 펜더(Fender) 모델에 눈이 가기도 했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기타는 ‘Love Me Do’ ‘Twist and Shout’ ‘She Loves You’ 등 당대 히트곡들 녹음에 연주됐으며, 비틀스 음악의 근간이 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악기로 칭송받았습니다. 열광적인 여성팬들이 실신해 나가는 방송과 공연현장에도 늘 매카트니와 한몸처럼 함께했었죠.
문제는 1969년 이후 이 악기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 반세기 전 런던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도난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기타에 대한 관심이 요즘 다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악기를 찾아보자는 전 세계적인 캠페인이 시작된 것입니다. 매카트니는 만약 부서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초지종이라도 알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입니다. 81세 노장의 첫사랑에 대한 애착이라고나 할까요.
호프너사의 홈페이지에는 이 기타를 찾는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습니다. 해당 기타의 정확한 스펙(사양)과 더불어 제보자에 대한 비밀보장 및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고 법적 조치 역시 않겠다는 구구절절한 내용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다시 나타난다면 그 가치가 우리 돈으로 무려 160억원까지 솟구칠 수도 있다는 호사가들의 예측을 고려한다면 그 기타를 되찾는 것이 복잡한 협상 과정만큼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카트니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 기타에 대한 자신의 상상적 바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독일 바바리아 산속 성에 초대받아 만찬 후에 호스트가 잠깐 따라오라고 해서 들어간 계단 위 작은 방 벽난로 위에 제 호프너 기타가 걸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폴! 부디 그런 날이 와서 당신이 그 베이스 기타로 연주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길 바랍니다.
안착히 / 한국 중앙일보 글로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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