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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이야기] 마루와 아라

박종진

박종진

밤하늘의 별자리는 동서양이 다르고 만든 사람에 따라서 제각각이다. 그 중 날치자리라는 별자리는 북반구에 사는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남반구에서는 여름철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날치자리에 있는 별 중 'WD 0806-661'이란 번호가 붙은 항성은 태양으로부터 63광년 떨어져 있는 비교적 가까운 별이다.  
 
최근에 일을 시작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그 항성을 관찰하기 위해서 우선 그 항성과 그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의 이름을 지으려고 공모전을 열었는데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제안한 이름이 채택되어 별에는 '마루', 행성에는 '아라'라는 한글 이름이 붙여졌다.
 
'마루(Maru)'는 산마루에서처럼 무엇인가 높다는 의미여서 하늘을 뜻하고, '아라(Ahra)'도 바다의 순우리말이다. 중심성 '마루'는 태양 질량의 절반보다 조금 더 무거운 별이고, 마루를 공전하는 아라는 무게가 목성의 여덟 배쯤 되는 행성인데 아라는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약 2천 5백 배나 되는 곳에서 마루를 공전한다. 태양 빛이 지구까지 8분 걸리는 데 반해 마루에서 떠난 빛이 아라에 도착하는 데는 우리 시간으로 보름 정도 걸린다.
 
별이 탄생하면 핵융합을 시작하여 빛과 열을 내는 주계열성 과정을 거친 후, 연료인 수소가 다 떨어지면 그 별의 질량에 따라 덩치가 작은 별은 적색거성 단계를 거쳐 백색왜성이 되고, 큰 별은 초신성 폭발 후에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된다. 이번에 이름 지어진 중심성 마루는 그 번호 WD 0806-661에서 알 수 있듯이 White Dwarf, 즉 백색왜성이다. 별은 핵융합 과정이 끝난 후 백색왜성이 되어 수백억 년 동안 빛을 잃으며 식어간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이니까 우리 은하 안의 많은 백색왜성이 아직 덜 식은 상태로 여전히 빛과 열을 내고 있다. 그런 백색왜성은 별 전체의 약 6% 정도 된다.  
 


우리의 별인 태양은 지금은 주계열성 단계지만 앞으로 80억 년 후 핵융합 원료인 수소가 소진되면 적색거성이 되어 거의 지구 궤도까지 부풀어 오르다가 외피를 모두 날려버리고 결국 백색왜성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아주 먼 미래의 일이니 고작 100년도 살지 못하는 우리는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번에 항성과 행성 이름 공모전을 연 기관은 국제천문연맹(IAU)인데 천문학 분야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곳이다. 전 세계 82개 국가가 가입했으며 천문학 박사 학위 자격을 가진 사람만 회원 자격이 있다. 3년마다 총회가 열리는데 2006년 체코의 프라하에서 열린 제26차 총회 때 명왕성이 퇴출당했고, 2022년에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총회가 열렸으며, 다음번은 2024년인데 처음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릴 예정이다.
 
격세지감이다. 식민지배를 받은 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가 어느덧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 이제는 우주 강국 대열에 합류했다. 우리 기술로 발사체를 개발하여 우리가 만든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더니 이제는 별과 행성에 순 한국말 이름까지 붙여지고 있다. 조만간 우리는 달 개발에 뛰어들 것이고 화성에도 우리말 이름이 붙은 도시가 생길 날이 올 것이다. 영국의 York 지방에 살던 사람들이 신대륙에 와서 New York를 건설했듯이 대한민국 서울에 살던 사람들이 화성으로 이주하여 '뉴서울'이란 이름의 도시에 살게 될 날을 기대한다. (작가)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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