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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버려지고 있는 한글

모니카 류 종양방사선학 전문의

모니카 류 종양방사선학 전문의

올해 여름은 크고 작은 일들, 슬프고 기쁜 일들로 점철되고 있다. 한국과 LA에서 당면해야 했던 대소사가 소나기처럼 몰아서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값진 경험을 할 기회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보냈던 3주는 길었다. 덕분에 여러 곳을 둘러 볼 수는 있었다. 조국의 자연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현대적 감각의 박물관들에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잘 보관되어 있었고 고속도로 휴게소의 운영 시스템과 음식 맛도 뛰어났다.  
 
한국은 역시 IT 강국이었다. 덕분에 각 지방의 맛집과 특산품, 숙소 등 모든 여행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표기 문화는 혼란스러웠다. 도로명은 한국식 이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고유명사인 길 이름 밑에 한글 발음에 따라 영어도 표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건물 이름, 음식 종류 등의 표기 방법은 그야말로 한글, 한문, 영어 등이 뒤섞인  ‘짬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중국의 영향을 받아왔던 우리나라는 한문이 국문이 된 셈인데, 국한문혼용체 (國漢文混用體), 한영혼용체(漢英混用體), 국영한문혼용체(國英漢文混用體)를 사용하던 기간을 거쳐 1970년대 ‘한글전용 5개년 계획’에 따라 모든 표기를 한글화하게 되었다. 이후 타이프라이터에 이어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가로쓰기에도 편리한 한글이 빨리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컴퓨터에서는 한글, 영어, 한문을 모두 찾아서 쓸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한글 전용 정책에 따라 외국어와 한문은 괄호를 이용해 뜻을 전할 수 있다.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한문을 배우지 않은 젊은 세대와 영어를 모르는 사회 구성원들은 어떻게 뉴스를 접하며, 간판이나 음식 메뉴를 이해할지 궁금하다.  
 
표기법만이 문제가 아니다. 신조어 문제도 이슈로 다가온다. 나처럼 한문과 영어를 배운 사람들도 합성된 신조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음식점을 예로 들어보자.  음식점 가운데는 ‘영업 중’ 대신 영어로 ‘OPEN’, 또는 ‘어서 오세요’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그런가 하면 ‘Ice(not Nice) to Meet You’ ‘Take Out’ ‘닭 프라이드’ ‘Garlic Soy Sauce’, ‘Spicy’  ‘추가 반찬은 셀프’, ‘100세 미만은 추가 반찬 셀프’, ‘물은 셀프’, ‘핑크솔트’ 등 다양한 조합의 낱말들이 사용되고 있다.  
 
그 외  ‘한국어+한국어’, 또는 ‘한국어+외국어’를 결합한 후, 일부 글자를 빼고 만든 말들도 많았다. ‘빙맥(빙수+맥주)’, ‘치맥(닭의 영어 치킨+맥주)’, ‘돈치킨’등이 그 예이다. 외국어와 한국어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 300여개를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트 한 사람이 있을 정도다.
 
우리 조상들은 한글이 말살될 뻔했던 일제 강점기에도 우리말을 지켰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인들은 자진해서 우리말을 버리고 있는 듯했다.  
 
현재 여러 한인 단체들이 한인 차세대는 물론 타 커뮤니티 사람들에게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진흥재단은 한국 교육원과 함께 정규학교에서 가르치는 세계언어 과목에 한국어를 넣기 위해 오랫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그 결과 현재 전국 200여개가 넘는 초중고교에 한국어 클래스가 개설되어 있다. 이번 달에도 LA 지역 학교 두 곳에 새로 한국어반이 생긴다. 그런가 하면 전국의 230여개 주말 한국학교도 차세대 한국어 교육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한국어 AP 과목이 개설된 이후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목표 의식이 생겼다. 앞으로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한국어 강좌가 활성화되어 언젠가는 한글로 쓰인 문학 작품이 노벨상을 받는 날도 올 것이다. 스포츠와 K팝뿐 아니라 한글 문학을 통한 한국의 국위 선양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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