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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당신이라는 나라

시카고는 미시간 호수를 끼고 있어서 동쪽 끝으로만 차를 달리면 바다 같은 호수를 만나게 된다. 날씨가 더워지는 7월부터 9월까지 많은 사람들이 호숫가를 찿아 더위를 식히곤 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마천루가 등지고 바다 같은 넓고 푸른 호수가 시야에 펼쳐지는 이곳은 어느 휴양지와 비교해보아도 부족함이 없는 퍼펙트한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미시간호수는 동쪽으로는 Michigan State를 북쪽으로는 Wisconsin State, 남쪽으로는 Indiana State를 걸치고 있어 어느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도 바다 같은 호수를 만나게 된다.  
 
비가 조금씩 뿌리는 호수를 바라보다 보면 호수와 하늘이 맞닿은 경계가 지워지기 시작한다. 어다가 호수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색깔마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호수는 서러워 서러워 경계를 지운다. 하나를 더 할 이유도 하나를 뺄 이유도 없어질 때, 호수는 하늘을 업고 잔잔한 물결 위로 내려온다. 내 곁에 있어도 늘 그리운 건 하늘이었고 호수였다. 어둠이 내리고 있다.(시인, 화가)
신호철

신호철

 

당신이라는 나라  
 

먹구름이 몰려 오더니 비가 부리네요 / 출렁일 때 마다 등이 간지러워요 / 며칠째 말라 갔던 내 몸은 쏟아지는 빗물에 더 말라가고 말았어요 / 이해 못 할 거예요 / 출렁이는 나를 보며 말라 간다니요 / 내 발은 한없이 깊은 허공을 휘젓고 있어요 / 늘 닫지 못하는 하늘을 향해 오늘도 두 손을 높이 들어요 / 하늘로부터 오는 꽃 바람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요 / 그대는 별일 없나요 / 내 몸은 옥색으로 바꿔지고 있어요 / 빗물이 꽃물처럼 내 몸에 구르고 / 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의 기억도 고르지 않은 내 파장 위에 놓여있어요 / 오늘도 뭍으로 내달려지만 / 하얀 거품만 물고 돌아 오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 발끝은 지쳐있는데 당신에게 닫기가 이렇게 어려운가요 / 비가 그치고 햇빛이 고개를 들 때면 하늘과 맞닿은 곳은 윤슬이 되어가요 / 나는 가장 따뜻한 푸른빛으로 변해 가고 있어요 / 잔 주름이 생겨난 곳은 하얗게 반짝이기도 해요 / 무료한 걸음은 간혹 하늘길을 만들어 당신에게 가려하네요 / 멀리 가로등 불빛이 켜지고 / 하늘엔 반짝이는 별빛이 내게로 와요 /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아니 내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보다 훨훨 더 까마득한 시절 / 한밤을 되돌아가도 만날 수 없는 태고의 시간으로 되돌아가야 해요 / 그 별빛과 마주치는 순간 나는 티끌이었어요 / 나는 없답니다 / 이름도 생소한 먼 나라로 가야 해요 / 지구를 수천 번, 수만 번 돌아도 갈 수 없는 나라 / 당신이라는 나라 / 별빛 쏟아지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 그리운 것들은 늘 먼 곳에 있기에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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