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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편지] 모든 길은 로마로

한국은 길을 참 잘 만드는 나라다. 어느샌가 금방 엄청난 길들이 뻥뻥 뚫려 있다. 길이 너무 많이 생겨 고국의 산하가 다 망가지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들 정도다.  
 
그런데 도시개발의 역사는 고대 로마제국이라는 패러다임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로마 역사상 최초의 고속도로인 ‘비아 아피아(Via Appia)’는 기원전 312년에 건설을 맡은 원로 정치인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카에쿠스의 성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로마에서부터 동남쪽으로 212㎞ 떨어진 도시 카푸아까지를 연결하는 이 도로는 기존 길들과 규모가 완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건설 기술도 새롭게 도입됐다.
 
 카에쿠스가 이에 엄청난 공공의 비용을 할당한 것에 대해 동시대 원로원들은 물론 그 이후 역사학자들까지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로스는 “로마 정부의 경비를 이 도로에 몽땅 쏟아부어 결국 카에쿠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 이후, 도로를 포함한 공공시설 건설·건축 비용을 개인의 자비로 대고 그 대가로 명성을 얻는 관습이 보편적으로 안착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유명한 격언은 비유적 의미로 어떤 목표에 도달하는 데 많은 방법이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는 로마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반도 곳곳에 사방팔방으로 뻗은 대로들이 비아 아피아를 시점(始點)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로마제국의 113개 속주를 잇는 372개의 대로가 자그마치 40만㎞나 됐다. 로마제국이 그토록 번성한 이유가 바로 신속한 군대 이동과 물자 교류를 촉진하는 그 광범위한 도로 네트워크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가 서양 문명사에 기여한 가장 큰 분야는 무엇보다도 건축기술이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상류층의 기증문화였다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사재를 털어 공공의 자산으로 만드는 기증 행위로부터 우리가 배울 점이 많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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