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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살아가는 책

장 아메리는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는 아니고 저널리즘적 글을 쓰지만, 연구자들을 능가하는 비범함을 곳곳에서 보인다. 노년에 대한 그의 가장 빛나는 통찰은 노인들이 자기 삶을 ‘시간’으로 인식하며, ‘공간(세계)’으로부터 버림받는다는 것을 간파한 데 있다. 노인이 되면 여생을 시간으로만 받아들일 뿐 세계에 편입되어 자신이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점점 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세상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조촐한 공간으로 만족”하게 된다. 그들은 류머티즘을 앓아 산에도 못 올라가고 심장에 무리가 갈까 봐 차가운 바닷물에도 못 들어간다. 그리고 종국에는 자기 공간에서도 들어내진다. 시체가 된 채로.
 
이은혜 『살아가는 책』
 
장 아메리는 늙음과 죽음, 특히 ‘자유죽음’에 대한 통찰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작가다. 책 『늙어감에 대하여』로 잘 알려져 있다.
 
출판사 편집자에서 작가로 전업 중인 저자가 읽은 책 이야기다. 왕성한 독서에 기반한 촘촘한 글쓰기로 독서열을 자극한다. 가끔씩 발동하는 편집자 모드도 흥미롭다. “고통은 뭐 하나 좋을 것이 없지만, 글을 쓰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일하게 좋다. 잔인하게 말하자면, 그래서 겪을 만하다.” “사실 편집자의 믿음에는 통계적 근거가 부족할 때가 많다. 다만 ‘내가 밤에 자더라도 저자는 불을 밝힐 것이다. 매 순간 새로운 사유가 출현하지 않아 초조해하거나 자기 문장이 변변찮다고 느끼며 노력할 것이다’라는 믿음을 품는다. 이런 믿음은 때로 혜성이 출현케 한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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