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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21세기의 18세기인들

펜실베이니아 깊숙이 사는 친지를 방문하고 오는 길에 랭커스터에 들러 아미시 빌리지 하우스 투어를 했다. 성극은 종종 보러 왔지만, 투어는 처음이었다. 실제 아미시 가족이 살았다는 집 안을 둘러보며 들은 설명들이 인상 깊었다.  
 
주로 스위스 독일계인 이들은 종교개혁자들, 특히 츠빙글리의 제자들로서 그가 개혁 사상에서 후퇴를 보이자 탈퇴하여 자신의 그룹을 만들었다고 한다. 국가교회와 전쟁 그리고 징집을 반대하며 유아세례가 아닌 성인세례만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기존 교회들로부터 탄압을 받던 이들은 자신들의 신앙과 생활양식을 지켜나가고자 미국이 독립도 하기 전인 1720년경부터 이곳에 도착, 필라델피아로부터 걸어서 이곳에 왔다고 한다.
 
격주로 4시간씩 돌아가며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는 아미시들의 집에는 거울이 없다. 남성들이 결혼 전 면도하기 위한 작은 거울 하나 정도 외에는. 하나님에게 초점을 맞추고 사는 삶에 자신의 외모는 중요하지 않으니 너무 외모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어서란다. 오마이갓! 요즘 거울 속 나를 노려보며, 내 얼굴을 못 받아들여 해리 현상에 빠지던 내가 부끄럽다. 옷도 결혼 전에는 흰색 에이프런, 결혼 후에는 검은 에이프런, 대츠잇이다! 구두, 양말, 속옷만 사서 입는데,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구두도 검은색만 신는다.  
 
무엇보다 이들의 공동체적 삶의 이야기는, 당장 빨랫줄의 옷 한 벌 걷어 입고 그들 속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했다. 결혼하면 공동체에서 땅과 집을 마련해주고, 새 가정을 위해 한동안 돌아가며 음식까지 만들어다 준다고 한다. 자신들의 신앙과 삶을 지키고자 외부와의 단절을 택했으면서도 세금은 아주 철저히 내고 이 중에는 백만장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로를 돌보는 것은 공동체의 의무라는 원칙에서, 정부의 사회보장 혜택은 거부한다고 한다.  
 
원룸 학교에 들어가 보았다. 앞의 작은 책걸상이 뒤로 갈수록 커진다. 8학년까지의 학업이면 족한 이들, 역시 8학년까지 마친 교사가 전 학년 아이들을 한 교실에서 가르친다. “No matter if you‘re quicker or slower than the rest. The main thing is to do your best.”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빠른지 느리든지 상관없어. 그저 너의 최선을 다해 배우면 돼. 작은 교실 칠판 앞에 쓰여 있는 이 문구는 아미시들의 지극히 편안한 교육철학이다.  
 
이들은 16세에 성인이 된다. 이 말은 이때부터 이들이 이 신앙공동체에 머무를 것인지 떠날지를 결정하기 위한 여러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20대 초반까지는 결정하는데 이때 약 10~12%만 제외하고는 공동체에 남기를 선택한다는 것이 놀랍다. 아이들의 결정은 그것이 무엇이든 공동체와 가족에 의해 지지가 된다.  
 
21세기인 지금도 18세기 사람으로 계속 300여 년을 살아가고 있는 이곳 4만3000여 명의 단순한 삶이, 폭염 속 한줄기 소나기처럼, 이곳의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평원처럼 시원하게 느껴졌던 것은 왜였을까? 밤이고 낮이고 끝없이 들어오는 각종 메일, 메시지, 텍스트, SNS 신호들 때문에, 이로 인한 오버컨넥티드네스(Overconnectedness) 때문에 21세기 우리는 너무 피곤하다. 지쳐있다. 전기, 전화 없이 하나님과 서로에게 집중하며 사는 이들의 고요하고 단순한 삶이 가끔은 부러운 이유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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