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추어탕…깔끔·시원한 국물…그래 바로 이맛이야~
그러나 여기 LA한인타운에서 20여년 가까이 추어 요리만을 고집해 온 그래서 추어탕 매니아들에겐 이미 입소문 자자한 전문점이 있다. 바로 구포추어탕(대표 김경옥)이다.
2005년 LA한인타운 8가와 베렌도 길에 문을 연 이래 추어 메뉴만으로 뚝심있게 장사해온 이곳은 평소 추어탕이라면 선입견으로 손사래치던 이들조차 일단 맛을 보면 그 맛에 중독되는 마성의 식당이다.
메뉴는 추어탕을 비롯해 보양식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전복추어탕 김 사장이 개발한 특별 레시피로 만든 추어불고기 등 3개가 시그니처다.
구포 추어탕이 오랜시간 사랑받아온 이유는 맵고 짠 자극적인 맛이 아닌 이게 추어탕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담백한 맛이 그 비결. 덕분에 점심시간이면 대기줄은 기본이고 지난 초복엔 300그릇 이상의 추어탕이 불티나게 팔려나가 재료 소진으로 폐점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제이 박 매니저는 "처음엔 손맛 좋은 장모님이 소일거리 삼아 요리를 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게를 오픈했다"며 "그런데 알음알음 손님이 늘기 시작해 지금은 아내와 나까지 돕고 있지만 일손이 딸릴 정도로 단골이 늘었다"고 말한다.
또 이곳의 정갈한 김치와 밑반찬 역시 단골이 북적이는 이유 중 하나. 매일 담그는 김치는 물론이고 밑반찬 하나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콩나물무침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콩나물무침이라 하면 삶은 콩나물을 양념에 무치는게 다인데 이집은 삶아낸 콩나물을 웍에서 다시 한 번 더 볶아 불맛을 입힌 다음 무쳐서 상에 낸다. 양념두부 역시 간수를 쫙 뺀 두부를 밑간한 뒤 저온숙성해 전부치듯 부쳐낸 다음 특제 양념을 올려 낸다고 하니 반찬 하나에도 주인장의 고집과 신념이 읽혀진다.
제이 박 매니저는 "20년 넘는 세월동안 장사를 하다보면 요령을 피울 법도 한데 장모님은 음식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주의자여서 요령과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며 "타지역에서 분점을 내겠다는 문의가 있어도 내가 만들지 않는 음식을 내 식당 이름으로 팔 수 없다고 단칼에 거절할 정도"라고 말한다.
이런 주인장의 요리 철학 덕분에 이곳은 LA 근방은 말할 것도 없고 타주에서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LA에서 단골이었다 텍사스로 이사한 한 단골은 석 달에 한 번씩 식당을 찾아 냉동 추어탕 20인분을 한꺼번에 구입해 갈 정도라고. 또 최근엔 오렌지카운티 고객들의 성화에 못이겨 한 달에 두 차례씩 풀러튼 배달도 시작했다.
메뉴 가격은 세금 포함해 추어탕 18달러 전복추어탕 23달러 추어불고기 18달러 추어탕과 추어불고기 콤보가 23달러. 영업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다.
▶주소:3071 W 8th St, LA CA 90005
▶문의:(213)384-5537
김경옥 대표 인터뷰
"엄마가 해준 집밥 그대로라며 맛있게 한 그릇 비우는 고객들 덕분에 오늘까지 올 수 있었죠."
김경옥(72.사진) 사장은 한국에서부터 요리를 시작해 어느새 반세기동안 한식당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한식 요리사다. 식당명인 구포는 부산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구포나루를 의미하는데 구포에서오랜동안 추어탕 식당을 한 김 사장의 이모할머니로부터 그 비법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추어불고기는 김 사장이 개발한 특별 메뉴.
그는 "흔한 추어튀김 말고 더 특별한 요리가 없을까 고민 끝에 탄생한 메뉴가 추어불고기"라며 "큰 추어를 포떠서 저온숙성시킨 다음 전분가루 묻혀 부쳐낸 뒤 간장 베이스 특제양념을 발라 상에 내는 데 손이 많이 가지만 워낙 손님들이 좋아해 아예 추어탕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콤보 메뉴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엄마가 해준 집밥이 그리워 찾아오는 고객들로 북적이는 덕분에 그의 식당엔 늘 감동적인 이야기가 넘쳐난다. 두 달전쯤엔 여든을 넘긴 한인 할머니가 손녀 부부 내외와 함께 식당을 찾았는데 추어탕을 먹으며 연신 눈물을 훔치길래 사연을 물어보니 이날 먹은 추어탕이 50년 만에 먹는 추어탕이라고 털어놓았단다.
그녀는 "그 할머니는 미국인과 결혼해 이민와 오레곤에 거주했는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우리 식당에 대해 듣고 손녀 부부와 함께 식당을 찾았던 것"이라며 "추어탕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내 손을 붙잡고 50년 전 엄마가 해준 바로 그맛이라면 울먹이던 손님 덕분에 나와 식구들 모두 함께 울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나이가 들수록 장사하는게 힘에 부쳐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손님들 덕분에 힘이 나서 새벽부터 나와 음식을 만든다"며 활짝 웃었다.
사진=구포추어탕 제공
이주현 객원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