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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하나 그리고 둘 (A One And A Two)

창문을 열어놓고 호박 잎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 기울이고, 여우비 같이 지나가는 소나기를 바라본다. 계절이 간다. 무심토록 빠른 시간, 벌써 7월이 중순으로 접어든다. 멍 때리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친구의 전화 소리에 화들짝 깬다. 벌써 올 한해도 반년이 지났다며 궁시렁거리더니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인데 시간은 날개 돋친 듯 날아가고 어찌하면 인생, 길게 늘려 재미있게 사는 방법 없을까?” 내게 묻는다. “글쎄, 있긴 있지” “ 뭔데” “어떻게?”바로 화살처럼 튀어 오르는 질문에“영화를 봐 나처럼. 영화광, 인생 무지 재미있어”하며 웃던 대화가 생각난다.  
 
영화는 슬픔과 행복이 혼합된 희비극의 인생 같다. 영화가 발명된 이후 타인의 인생을 간접경험 해보며 우리는 세 번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영화 속의 대사를 친구에게 전달하며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A One And A Two)을 추천해 주었다.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 가운데 8위를 차지하며 중화민국 영화 중 최고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은 영화! 인간에게 영화가 필요한 이유라는, 영화 비평가의 최대의 찬사에 깊이 공감했던 영화이다.  
 
영화는 환희의 결혼식으로 시작하여 엄숙의 장례식으로 끝난다. 오랜 연인을 두고 다른 여인과 바람을 피워서 혼전임신으로 결혼을 강행하게 되는 둘째 아들 밍밍의 결혼식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평범한 가족들, 개인의 삶의 이야기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연계되어 흐르며, 인생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유도하는 통찰 깊은 걸작이다. 멀티 플롯, 영화에 주인공은 없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주인공이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다 아파서 쓰러지는 할머니, 회사에 다니며 3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는 아버지 N J, 삶이 힘겨워 잠시 종교로 의탁하는 엄마 밍밍, 친구의 애인에게 사랑을 느끼는 큰딸 팅팅, 세상의 진실을 대면하고픈 어린 철학자 같은 막내아들 양양의 이야기가 긴 호흡으로 전개된다. 가족이라도 개개인이 삶을 바라보는 각자 다른 시선을,  과거와 현재, 공간과 시간, 인물과 인물의 교차편집을 매력으로 대치시키며, 에드워드 양 감독 영화의 특징인 대만의 도회적인 분위기를 매력으로 분산시킨 미장센이 빼곡히 숨어있다.  
 
툭 던지는 대사 속에 급소를 찔린 듯한 강펀치에 매몰되는 잔상이 긴 여운의 영화다. 영화를 보며 마음이 가는 각자의 인물이 있겠지만 나는 어린 아들 양양에 몹시 마음이 끌렸다. 아버지가 사준 카메라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는 소년, 자신이 절대 바라 볼 수 없는 자신의 뒤통수, 삼촌의 뒤통수를 찍은 필름을 건네주며 삼촌이 스스로 볼 수 없어 내가 도와준다는 장면을 보고 크게 감동하며 숨겨진 그 철학적 사유의 늪에 오래 둥지를 틀어야만 했다. 마지막,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읽어주는 편지글 “할머니 저는 남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남이 미처 보지 못 하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요.” 이 대사는 예술가로서의 평생의 사명을 고뇌한 참으로 아름다운 감독의 자전적 독백인 듯하다. 영화를 보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결국, 나의 삶을 더욱 고양시키게 하는 통찰 깊은 감독의 심안(心眼)에 박수를 보낸다. 빛과 같은 영화의 대사를 퍼오며 글을 맺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깨달은 건, 삶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는 거야.” “매일 아침두려움 없이 일어나는 것처럼, Every morning is new !!”



곽애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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