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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달랜다

요즘 들어 ‘달랜다’라는 단어가 무척 사랑스럽다. 이제는 뜯어고치기보다는 달래면서 살 나이가 되었다. 10년 전에 허리가 매우 좋지 않아 수술받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린 적이 있었다. 수술 날짜가 두 달 후여서 집도의는 휴가를 다녀오기로 돼있었다. 그사이 내 허리 컨디션이 너무 악화해 급히 통증 클리닉을 찾아가 스테로이드 주사를 척추에 맞고 증세가 많이 호전됐다.  
 
결국 집도의가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수술 준비실에서 정맥주사를 꽂고 나자 의사가 들어오면서 “통증이 어떤가?” 하고 물었다. 나는 “많이 좋아졌어요” 하고 답했다. 의사는 “그럼 수술이 필요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나는 너무 황당해서 “이왕 계획을 힘들게 잡았으니 이번에 척추를 완전히 고쳐서 남은 삶을 통증 없이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의사는 웃으면서 “나는 척추를 고칠 수는 없고 통증을 완화해줄 수만 있다”라고 했다. 좀 아쉬웠지만 수술은 취소됐고 나는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내 척추를 달래며 어루만져주면서 살고 있다. 그 어느 부위의 내 신체 부위보다 더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요가를 시작한 지가 20년이 넘지만 나는 항상 허리에 중점을 둔다. 내 척추의 MRI나 CT Scan을 보면 너무 비정상이어서 의사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심하는 눈치다. 의사는 내가 정상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내 허리는 가끔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떼를 쓴다. 그러면 나는 안다. 어떻게 달래줄지를!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몸도 마음도 서서히 쇠퇴해감을 의미한다. 젊어서는 재산, 성공 그리고 안정을 위해 열심히 뛰지만 나이가 들면서는 단연코 건강이 우선이다. 병마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건강관리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본인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병마의 공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뿐이다. 병을 키우는 것과 병을 달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어떤 때는 환자가 의사보다 자기 몸을 더 정확히 읽고 있는 예도 있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 때는 의사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 2~3년 전쯤의 일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양쪽 손가락 마디가 아팠다. 순간 ‘아, 이게 바로 퇴행성 관절염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슬픔이 밀려왔다. 나이가 나를 피해 가지 않는구나.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셈이지 어떤 이들은 나보다 훨씬 젊은 나이 때부터 고통을 받지 않았던가 라고 생각하니 훨씬 받아들이기가 수월했다. 노화는 자연현상이다. 자연현상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생로병사!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다.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이 진리 빨리 받아들일수록 편안하게 살 수 있다. 몸과 마음의 노화현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편안한 마음가짐이 바로 정답이다. 몸과 마음은 아주 깊이 연결돼 있어 마음이 편안해야 몸이 편안하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마음의 병은 우울증, 조울증, 치매 등으로 진전이 될 수 있으며 몸의 병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당연히 아프다. 지나친 관심은 결국 병을 부른다. 건강염려증 환자는 평생 병을 얻으며 산다. 인터넷 검색, 유튜브, SNS를 통한 지나친 정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나이만큼 사용했으니 wear and tear(닳아 떨어짐)가 당연하다. 바로 마모, 소모, 손상, 질이나 가치의 저하가 따르게 된다. 우는 아이 달래듯 우리의 몸도 마음도 살살 달래가면서 살아가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싱싱한 사과도 며칠 지나면 쭈글쭈글해지고 더 오래되면 속까지 썩는다. 이제 우리는 바꾸기보다는 달래면서 사는 지혜를 더 많이 터득하고 노화를 거부하기보다는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워야 할 나이에 있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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