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비는 마음
비는 마음
서정주(1915∼2000)
버려진 곳 흙담 쌓고 아궁이도 손보고
동으로 창을 내서 아침 햇빛 오게 하고
우리도 그 빛 사이를 새눈 뜨고 섰나니
해여 해여 머슴 갔다 겨우 풀려 오는 해여
5만원쯤 새경 받아 손에 들고 오는 해여
우리들 차마 못 본 곳 그대 살펴 일르소
-현대시조 창간호(1970.7)
설날 평화가 깃들기를
이 시조는 ‘현대시조’가 창간 축시를 미당 서정주 시인께 받아 실은 것이다. 시조 전문지를 새로 내니 그동안 버려진 곳은 흙담을 쌓고 아궁이도 손을 보고 동으로 창을 내서 아침 햇빛도 오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도 그 빛 사이에 새눈을 뜨고 서겠다는 것이다.
이 시조의 절창은 둘째 수다. 우리가 만나는 해는 머슴 갔다 겨우 풀려 오는 해다. 우리 시인데도 남의 집에서 머슴을 살다가 5만원쯤 새경을 받아 손에 들고 오고 있다. 이제 살아갈 새집을 지었으니 우리가 차마 못 본 곳들을 살펴 일러달라는 것이다.
미당의 이런 기원은 설을 맞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전해온다. 이제 우리는 새해 새 빛을 새로운 마음으로 맞아야겠다. 흙담 쌓고, 아궁이 손보고, 동으로 창도 내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겠다. 설을 맞는 국내외 동포들의 마음과 가정에 평화가 깃들기를….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터전에 정의의 새 빛이 찾아오기를….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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