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뱅보드
‘빌보드 차트’는 미국의 음악잡지 빌보드에서 매주 싱글과 앨범 성적을 합산해 발표하는 차트다. 1936년 시작된 이래 매주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전 세계 음악 순위 관련 차트 중 가장 대중성과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음은 물론이다.1980~90년대 한국에는 ‘길보드 차트’라는 게 있었다. 인기 있는 가수의 히트곡만 쏙쏙 골라 불법 복제한 ‘편집 테이프’를 리어카에서 판매하는 게 유행했다. 말하자면 길거리 리어카 판매상들의 선택이 요즘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실시간 인기 차트 역할을 했다.
불법으로 자행된 일이었으니 누구의 어떤 곡이 가장 많이 복제되고, 또 많이 팔렸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귀가 보배’라고 리어카마다 울려 퍼지는 멜로디로 요즘 인기 있는 가수와 곡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30여 년이 지난 요즘, MZ세대를 사로잡는 ‘뱅보드 차트’가 등장했다. 은행(뱅크)+빌보드 차트를 합성한 신조어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면서 재테크 사이트들에 예금금리 순위를 매기는 게시물이 하루 단위로 올라오고 있다. 오죽하면 날마다 오르는 예금 금리 때문에 ‘오늘의 금리가 가장 낮다’는 말까지 나올까. 티끌 같은 푼돈이라도 소중한 내 자산을 은행에 맡기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자를 받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짠테크족’에게 자고 나면 달라지는 은행 금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뱅보드 차트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물론 편집 테이프를 정성껏 제작해 선물하더라도, 취향을 잘못 건드리면 낭패다. 은행 금리도 숫자보다 내게 맞는지를 먼저 파악하길.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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