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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3형제, 염소떼 풀어 산불 막는다

염소가 불씨 잡풀 뜯어 먹어
“식욕 왕성, 네발 달린 소방관”
기계 사용 풀뽑기보다 친환경
지역 정부와 계약해 가주 순회

염소 떼를 풀어 산불을 예방하는 한인 3형제가 화제다. 왼쪽부터 아론, 마이클, 조셉 최씨. [파이어 그레이저 홈페이지]

염소 떼를 풀어 산불을 예방하는 한인 3형제가 화제다. 왼쪽부터 아론, 마이클, 조셉 최씨. [파이어 그레이저 홈페이지]

한인 삼형제가 이끄는 염소떼가 가주의 산불을 막고 있다.
 
이들은 가주 곳곳을 돌며 염소 떼를 풀어 마른 덤불이나 잡초를 먹게 하면서 산불의 위험을 줄이고 있다.
 
LA타임스는 26일 팔로스버디스 지역에서 염소떼를 풀어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잡초 등을 제거하는 목축 업체 ‘파이어 그레이저(Fire Grazers Inc.)’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중가주 지역 마리포사카운티에 목장을 둔 이 업체는 한인 형제인 마이클, 조셉, 아론 최 형제가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팔로스버디스시 토지 보호국의 요청으로 말라가 캐년 등에서 600마리의 염소를 풀어 잡초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에게 염소는 쉽게 말해 ‘네 발 달린 소방관’이다.
 
마이클 최 공동 대표는 “특히 가파른 지형에서 잡초를 제거하는 데는 염소가 최고”라며 “소 같은 경우는 협곡 등에 풀어놓으면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질 수 있지만, 염소는 산악 지형에서도 얼마든지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씨 형제의 염소떼는 보통 350마리를 기준으로 하루에 약 1에이커 면적의 잡초 등을 없앨 수 있다. 특히 산불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여름 시즌에는 수요가 급증한다. 왕성한 식욕을 가진 염소떼가 경사진 협곡부터 구석구석까지 잡초, 마른 풀 등을 모조리 먹어치우기 때문에 시정부는 산불 확산 방지를 위해 목축 업체를 고용한다.
 
13년간 파이어 그레이저를 운영해온 삼형제는 염소를 통해 ‘목자(shepherd)’라는 직업을 21세기 버전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최 대표는 “우리 형제들은 1년 중 최소 6개월은 마리포사카운티의 집에서 나와 가주 곳곳을 돌며 트레일러에서 생활한다”며 “우리는 이전 세대의 목자에 비해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이용한 테크놀로지의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소 목축 사업은 최씨 형제의 아버지(마크 최)가 시작한 가족 비즈니스다. 오렌지카운티, 칼라바사스, 샌타클라리타 등 여러 시정부와 계약을 맺고 염소떼를 이용한 잡초 제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염소 떼를 이용한 잡초 제거는 기계 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최 대표는 “당시 도시 생활에 지친 아버지가 좀 더 조용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마리포사카운티에 자리를 잡았다”며 “염소 목장과 목초지 정리 사업에 대한 경험은 없었지만,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자문을 받아 시작한 사업”이라고 전했다.
 
파이어 그레이저에 따르면 염소떼를 이용한 목초지 정리는 지형, 초목의 양, 시기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 보통 1에이커당 1000~15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물론 쉬운 사업은 아니다. 염소떼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펜스를 쳐야 하고 코요테나 살쾡이 등으로부터 염소를 보호하기 위해 눈을 뗄 수가 없다. 최 대표는 “염소 목 축은 연중무휴”라고 말했다.
 
3형제는 염소들을 보며 인생의 의미도 찾는다.
 
최 대표는 “수년간 염소들 살펴보니 염소는 가족 구조가 확실하고 주변 염소들과도 사이좋게 잘 지낸다”며 “하지만 종종 일부 염소가 본성적으로 못된 기질이 있는데 그러한 염소들은 결국 다른 염소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파이어 그레이저에는 현재 한인 3형제를 비롯한 남미 출신의 목자 아르투로, 니세포로 그리고 목양견 두 마리가 일하고 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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