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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호기가(豪氣歌)

호기가(豪氣歌)

 
김종서(1383∼1453)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邊城)에 일장검(一長劍) 짚고 서서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보기 드문 남성적 정서의 시

 
한국 시의 주된 정서는 여성적이다. 문자로 전해지는 최초의 한국 시라고 할 수 있는 고조선의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고구려의 황조가(黃鳥歌), 백제의 정읍사(井邑詞), 신라 향가의 상당수가 여성적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이는 고려 시대에도 다르지 않았고, 고시조도 여성적 서정이 주조를 이룬다. 이는 한국인 전통의 한(恨)의 정서와도 결을 같이 한다.
 
그런데 드물게 강한 남성 취향의 노래가 있으니 바로 김종서의 이 시조다. 이 작품은 그가 세종의 명을 받아 1433년 함길도 도절제사에 임명되어 8년 동안 북방에서 6진을 개척했던 당시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몰아치는 북풍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밝은 달빛에 비친 눈은 차디차기만 한데, 멀리 떨어진 변방의 성루에서 긴 칼을 짚고 서서 휘파람 길게 불고 큰 소리로 호통을 치니 세상에 거칠 것이 없다. 호방한 장군의 기개가 넘치는 시다. 이때 그가 개척한 두만강이 국경이 되었으니 후손들이 큰 신세를 지고 있는 선조라고 하겠다.
 
손자를 부탁한 세종의 고명대신(顧命大臣)이었던 그는 단종을 지키다 왕위를 노리는 수양대군에게 피살되었다.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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