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평생친구의 소중함
얼마 전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년 전의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재판을 받았다. 유명 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진 캐럴이 1996년 뉴욕의 어느 백화점 드레싱룸에서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고발한 사건이다. 재판 결과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다. 뉴욕남부연방지법 배심원단은 성추행,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500만 달러 배상 평결을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캐럴은 30년 만에 승소를 한 셈이다.이번 소송과 관련 일부에서는 진 캐럴이 왜 30년 가까운 기간 침묵을 지키고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사연이 있어 관심을 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여성 간의 변치 않는 우정이었다.
캐럴은 사건 다음날 절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에게 성폭행 당한 것을 얘기하면서, 신고를 해야 할지 상의했다고 한다. 전화를 받은 친구는, 상처를 받은 친구를 위로 하면서도 신고는 말렸다고 한다. 당시에도 트럼프는 이미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던 인물이라 잘못하면 오히려 캐럴이 망신만 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는 것이다.
캐럴은 친구의 충고에 따라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들이 불거지면서 캐럴도 마침내 30년 전 사건에 대해 소송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재판이 열렸고 30년 전 신고를 말렸던 친구는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전화로 들었던 내용을 증언했다. 결국 친구의 증언이 재판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재판 내용에 대한 것보다 두 여성의 인생드라마에 더 관심이 간다. 여성 사이에도 얼마든지 깊은 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위급한 경우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는 사람들은 참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소중한 관계의 형성은 서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에 공통적인 요소가 많아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사회생활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여성들은 가족이나 친인척들 외에는 다른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학교 동창생 정도가 있을 뿐 우정을 쌓을 기회 자체가 적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 자연히 이를 통해 가족 외에 타인과의 관계도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괴로운 시련을 겪지 않는 사람들은 드물다. 내가 낙심하고 실의에 빠졌을 때 나의 괴로운 심정을 이해하고, 고민을 귀담아 들어 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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