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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기본(基本)의 소중함

십여년 전 붓을 처음 잡았을 때, 붓놀림 속에서 흩어진 마음을 모으는 심정으로 천천히 정성스레 서두르지 말고 한획 한획을 대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첫째, 필법이 정확하고 둘째, 획의 방향이 바르게 나가야 하고 셋째, 획 모양새가 아름다워야 한다고 스승님은 늘 채근하시었지만, 나는 속으로 늦게 시작한 서예이니 부지런히 앞으로,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자신을 달래며, 남들이 늘, 나의 손글씨를 칭찬하는 것에 자만심을 두어, 서두르며 10여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동안 부지런히 나아갔기에 개인전, 그룹전을 거치며 권위 있는 서예대전에서 수상을 맛보기도 했다. 뜻하지 않은 몇년간의팬데믹으로 많은 변화를 거쳐 같이 배우던 동지들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 요즈음 우리는 방학을 맞고 있다.
 
해서, 혼자 집에서 그동안 배운 것을 둘러보니 참으로 글씨가 마음에 안 들어 나의 심정이 허허하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십여년 전으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스승님의 글체는 흔들림이 없는데 이 제자는 아직도 손끝이 허전하다!
 
골프만 해도 같은 심정이다. 30여년 전으로 되돌아가 나를 둘러보면 참으로 신나는 세월(世月)이었다. 나의 골프 샷이 직진형이라 그린(green)에 오르는 것은 그리 난항이 아니었으나 늦게 시작한 골프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자신에게 말하면서 늘, 퍼팅을 우습게 여겼던 나를 지금은 많이 후회한다. 그 처음 시작할 때 그린(green)은 또 다른 게임이라 생각했어야 했는데…. 골프를 좋아했기에 챔피언도 홀인원도 몇번씩이나 했건만 나는 지금도 몇십년 전으로 되돌아가 서두르지 말고 퍼팅을 하고 싶다!
 


요즈음 팔십 고개를 한참 넘어 삶을 돌아보니 어찌 골프와 서예뿐이겠는가…. 가까이 있는 내 가족, 나의 친지, 친구들… 아쉬움과 미안함이 늘쑥날쑥 머리를 쳐든다. 후회와 미안함으로….
 
매일 창밖을 통해 서산으로 떨어지는 장엄한 석양을 바라보며 내가 아직도 나의 삶의 취미였던 골프나 서예를 그리는 것의 근본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사랑하고 좋아했기에 나의 열정은 지금도 계속 불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시(詩) 한 수를 보낸다!  
 
서산유로 근위경(書山有路  勤爲徑): 글의 산에는 길이 있으니 부지런함이 지름길이고, 학해무애 고작주(學海無涯 苦作舟): 배움의 바다에는 끝이 없으니 조각배를 어렵게 저어갈 뿐이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다짐을 한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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