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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판타지에 담은 기후변화 공포

윌 오 더 위스프
(Will-O‘-The-Wisp)

 화끈하고 떠들썩한 퀴어 소방관 판타지. 올해 LGBTQ 커뮤니티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될 아트하우스 영화가 될 전망. [Strand Releasing]

화끈하고 떠들썩한 퀴어 소방관 판타지. 올해 LGBTQ 커뮤니티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될 아트하우스 영화가 될 전망. [Strand Releasing]

승천하지 못하고 이승을 방황하는 유령들에게 악마가 동정으로 지옥의 불꽃을 나눠주었다. 유령들은 도깨비불(Will-O’-The-Wisp)을 든 채로 떠돌아다니다 깊은 밤 호수 부근이나 무덤에 출몰하며 근처를 지나는 행인들을 위험한 길로 초대한다. 오늘날 핼러윈 때 사용되는 호박등도 도깨비불의 일종으로 유럽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영화 ‘윌 오 더 위스프’는 포르투갈의 조아오 페드로 로드리게즈가 감독한 뮤지컬이다. 67분밖에 안 되는 공상과학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기후 변화에 대한 불안, 공화주의 정치, 식민주의 등 인류 역사에 등장해온 이슈들에 관한 담론들로 가득하다.  
 
2069년 포르투갈. 알프레도 왕(조엘 브랑코)이 엄숙한 임종을 맞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의 곁에서 어린 조카가 장난감 소방차를 가지고 놀고 있다. 소방차에 주목하며 알프레도가 소방관이 되기를 꿈꿨던 20대 초반(마우로코스타)으로 돌아간다.  
 
멋진 체격의 금발 청년 알프레도 왕세자는 신성시되던 왕실의 소나무를 잘 가꾸라는 아버지의 간청을 마음에 새기지만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귀족적 계급구조에 회의를 품고 있던 그는 환경에 대한 열정으로 소방관이 되고자 한다. 어머니의 반대에 알프레도는 그레타툰버그(환경운동가)의 그 유명한 연설 ‘How Dare You(감히 어디에)’로 맞선다.  
 


소방서에서 만난 아폰소(앙드레 카브랄)는 처음엔 순진한 왕자를 조롱하고 불손하게 굴었지만 두 청년은 곧 사랑과 욕망에 파묻힌다. 몇 년 후 산불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다. 왕의 역할과 의무 그리고 그의 환경에 대한 열정과 사유가 거론된다.  
 
에로틱한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짧은 서사가 분주하고 장황하게 펼쳐진다. 건장한 남자들이 소방관 유니폼을 입고 현란한 춤을 춘다. 퀴어들의 도착증(페티시)이 때로는 선을 넘지만, 동성애 혐오와 인종차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숨어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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