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편지] 간다라 ‘아폴로-불상’
부처님오신날엔 북미에서도 연등회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불교 행사를 치른다. 특히 아시안이 많은 하와이주는 1963년에 4월 8일을 부처의 날(Buddha Day)로 공식 지정하였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대만 선불교를 따르는 불광산사(Fo Guang Shan)에서 주관하는 대규모 축제(Vesak Festival)가 열린다.불교미술의 근원은 무엇일까. 고대 간다라에서 출토된 석가모니 탄생에 관련된 작품이 있다. 간다라의 특징적인 미술양식은 기원후 1세기부터 4세기경까지, 특히 쿠샨 왕조를 중심으로 발달했다. 간다라 불교미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형상이 이른바 ‘아폴로-불상’이다. 출렁거리는 물결 모양의 머리카락,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콧대가 우뚝하며 로마의 토가(toga) 같이 깊게 주름진 가운을 입은 모습이 꼭 그리스 미술에서 보는 아폴로 신과 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인도의 원시 불교미술에서는 육화된 부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신이 인간화하는 헬레니즘의 영향을 받은 간다라 미술이 불상 숭배의 원천이다.
특히 스투파(사리탑) 주위를 장식하는 패널 조각들이 간다라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부처의 일생을 비롯해서 전생 499개의 이야기인 자타카 설화가 새겨져 있다. 초기 불교사의 중요한 자료다. 이 중 석가 탄신에 관련된 마야 왕비의 태몽 장면이 특별히 재미있다. 6개의 엄니를 지닌 하얀 코끼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왕비의 옆구리로 들어간다. 이 작품도 로마시대 석관에 자주 등장하는 원형 문양의 초상화를 상기시킨다. 그렇다고 간다라 미술을 서구의 영향을 받았다는 관점만으로 규정할 수 없다.
“모든 아트는 도둑질이다”라고 피카소가 말했듯, 간다라의 불교미술은 동·서양 문화 교류의 복합적 산물로 이해해야 한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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